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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특집

올림픽 편파판정·도핑파문 ‘얼룩’, 선수들의 땀이 씻어냈다

등록 2022-02-23 04:59수정 2022-02-23 09:16

[서효인 시인이 본 베이징겨울올림픽]
홈팀 텃세 그리 뻔뻔할줄 예상못해
약물선수 출전 올림픽 공정성 상처
시청률 위한 메달종목 중복중계에
채널 돌릴뻔 하기도 했지만
스포츠 매력에 또 열심히 보았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022년 2월20일,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폐막했다. 다음 올림픽은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4년 뒤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가 코로나 시대의 마지막 올림픽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새삼스럽지 않다. 코로나 문제로 1년 늦게 열린 도쿄 대회는 모든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바이러스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아 최소한의 관중만이 겨울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텅 빈 관중석 아래에서 최선의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지금도 낯설고 어색하다. 그들은 현장의 환호를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으나, 적어도 다음 올림픽까지 그 장면은 유예되었다. 2024년 파리 대회는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 열릴 수 있을까? 우리는 그때 올림픽이 열릴 것은 알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반면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홈팀의 텃세와 그들에게 유리한 판정이 있을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대회 초반부터 그토록 뻔뻔한 형태로 드러나리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는 연달아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을 당하고, 반대로 중국은 판정의 명백한 도움을 받는 모습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반미 정서가 등등했던 그때와 20년이 지나 반중 정서가 그만치 비등한 현 상황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허투루 흘릴 수 없게 한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30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30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대회 초반의 각종 언론의 기사는 반중 정서에 철저하게 편승한 것으로 보였다. 편파 판정 논란과 함께 개회식에서의 한복 논란, 선수촌 음식 논란, 중국 선수를 돕는 한국인 감독과 중국으로 귀화한 선수, 중국 누리꾼의 악플 세례 등에 집중되었다. 심지어 중국 해설자의 말을 중요한 정보인 양 옮기는 기사가 이어졌다. 마치 그들만의 순위 경쟁이라도 하듯, 올림픽 안팎으로 중국의 만행과 속셈과 무능을 알리는 데 힘썼다. 중국이나 언론이나 이럴 줄은 빤히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진정 모르는 것이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올림픽 기간, 주요 경기는 지상파 3사에서 공동 중계를 했는데 공동 중계라기보다는 동시 중계라 해야 맞는 말이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모두 한국의 메달이 가능한 종목에 집중했다. 같은 시간대에 펼쳐지는 다른 경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첫 번째 펼쳐지는 경기 때도 이미 끝난 경기의 재방송으로 일관했다. 차이점은 해설 정도였는데, 그런 이유인지 전문성보다는 개성이라는 이름의 사적인 해설이 유독 많았다. 어떤 해설은 응원에 가깝기도 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마다 방송 3사의 중복 중계는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늘 그대로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종목에 거의 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올림픽이지만 그 기회는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의 임의적 선택 때문에 제한된다. 심지어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아이스댄스 등 국제적인 인기 스포츠라 할 만한 종목도 한국의 출전이나 메달 가능성 유무에 따라 중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이 모든 게 시청률 때문이라 하기에는 시청률 달성을 위한 방송국의 노력이 이 정도로 변화와 시도가 없을 줄은 몰랐다. 지상파가 같은 화면에 혐오에 편승하고 국뽕이라는 이름의 애국주의에 기댈 때, 시청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지로 각자의 취향을 찾아 떠나고 있는 걸 방송국은 알까 모를까.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가 17일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나온 카밀라 발리예바에 윗옷을 입혀주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가 17일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나온 카밀라 발리예바에 윗옷을 입혀주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러시아는 소치 대회 이후 국가의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판정 조작의 결과였다. 반복적인 러시아의 행태는 올림픽과 국제 스포츠에 중대한 경고음인 듯했다. 그것은 러시아에도 마찬가지였기에, 경고음을 무시해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006년생으로 올해 출전 가능한 나이를 겨우 넘겨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있었던 카밀라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발리예바를 포함해 러시아의 피겨 선수들, 아니 소녀들은 김연아 세대에서는 기술적으로 이루지 못한 트리플 악셀을 손쉽게 성공했고 불가능의 영역으로 평가되던 쿼드러플 점프까지 성공한다. 그런 선수의 도핑 파문은 올림픽 전체를 뒤덮을 만큼 커다란 스캔들이 되었다. 그런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 허용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문제는 선수가 너무 어리다는 것. 올림픽 기간의 도핑 적발이 아닌 점도 참작 사유가 되었다. 하나 올림픽의 공정성에는 크나큰 생채기가 났다. 올림픽에서 가장 아름다워야 할 종목이 추문으로 휩싸인 순간이었다. 가녀린 체구의 어린 선수들이 고난도 점프를 척척 해낼 때, 결말은 이미 예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15살 청소년의 몸에 약물이 들어갔다. 올림픽이 만들어낸 어떤 추악한 야망에 의해.

유영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유영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예선 풀리그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예선 풀리그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의 관전평이 이렇게 복잡하고 지난할 줄은 몰랐다. 대회에 앞서 쇼트트랙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과 폭력으로 오랜 논란이 이어졌고, 대표 선수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논란마저 돌파해내야 했다. 한때 올림픽 영웅은 다른 나라로 귀화했다. 컬링 종목은 평창 대회에서의 신드롬이 무색하게 협회의 무능과 독선으로 제대로 된 준비를 해내기 어려웠다. 코로나로 인해 티브이 화면을 봐도 올림픽 분위기는 겨울보다 더 싸늘했다. 그사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바이애슬론에서는 20년 만의 4관왕이 나타나는 등 스타가 탄생하고 새로운 기록이 쓰였다. 그럴 줄 알았다. 아무리 복잡하고 지난해도 스포츠는 스포츠다. 훈련과 노력으로 일궈낸 몸의 기술은 그 자체로 존경스러우며 그들의 경쟁은 결과를 떠나 아름답다. 갖가지 문제들을 들며 냉소하고 외면하기에 스포츠 자체의 매력이 다시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게 한다. 그들을 동경하게 한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올림픽을 다시, 계속, 또 열심히 볼 줄을.

서효인 시인
서효인 시인

서효인 시인 겸 문학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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