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비구이위안 주택 건설 현장 옆에 ‘비구위안 주택 소유자 권리 보호 차량’이라고 쓴 차가 주차되어 있고 그 앞을 삼륜차가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집도 안 사고 아이를 안 낳는 선택을 하고 있어요. 모든 것들이 올해 부동산을 사지 않게 만들고 있네요. 나중을 대비해 현금을 모으는 중입니다.”
중국의 4대 대도시 중 하나인 광저우에서 2살 아들과 함께 사는 허잉(36)은 최근 아파트 구매를 미루겠다고 결심했다. 지난달 남편이 일거리를 찾아 광저우에서 1천㎞나 떨어진 저장성으로 갔을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7일 중국 중산층들이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에 부동산·자동차 등의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란 대형 악재에 직면해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른다는 부동산 관련 산업의 침체는 지방정부의 재정을 동반 악화시키며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평소라면 중앙정부가 대량으로 돈을 풀어 경기 방어에 나서야 하지만, 위안화 하락세가 심상찮아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2위의 거대한 중국 경제가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 재정 악화, 위안화 가치 하락이란 ‘3중고’에 노출된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6일 주요 70개 대도시의 7월치 신축 주택 가격 동향 지수를 발표했다. 평균 지수 하락률은 0.23%였다. 70개 대도시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49개 도시에서 가격이 떨어지며, 전달 조사보다 하락 도시가 11개 늘었다.
실제 하락세는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더 가파르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인용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대도시 항저우의 주택 가격이 정점이었던 2021년 10월 대비 25~28% 하락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에는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이 약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만기 상품의 상환을 연기한 것이 알려져, 금융 부문으로 위기가 전염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대표적 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세금과 토지 사용권 판매 수입이라는 ‘두 축’을 통해 재정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고 있다. 그러자 중국 지방정부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특수목적법인인 ‘지방정부 융자기구’(LGFV)의 디폴트 위기가 고개를 드는 조짐이다. 지방정부 융자기구 채무는 중국 정부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숨겨진 채무’로 불린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의 53%에 이를 만큼 막대한 규모다.
위안화 가치 하락도 심상찮다. 17일 오후 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은 7.30위안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1일 기록한 달러당 7.328위안 기록을 깨면 1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더 풀면, 자본이 이탈해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서구 언론에서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에 대해 “경제 회복에 굴곡이 있겠지만 서방 예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중국의 경제 둔화가 세계 경제 발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 서방 쪽 견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중국 경제는 고품질 발전을 유지하며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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