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육종’ 전담위성 세계 최초로 쏘아올려
거대작물 통해 13억 인구 식량 해결 모색
거대작물 통해 13억 인구 식량 해결 모색
중국은 9일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기지에서 ‘우주육종’ 실험만을 위한 인공위성 ‘스젠(實踐) 8호’를 쏘아올렸다. 인공위성에서 육종 실험을 한 예는 많았지만, 전담위성은 세계 최초이다. 13억 중국 인구의 식량 확보가 그만큼 중요한 탓이다. 스젠 8호의 임무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수확량도 많은 ‘슈퍼 씨앗’을 찾아내는 일이다. 위성 안에는 곡물, 채소, 과일 등 9개 농작물의 씨앗 2000여개가 실려 있다. 씨앗의 무게만 215㎏에 이른다. 이는 중국이 1987년 이후 지금까지 우주로 실어올린 화물 가운데 최대 중량이다. 씨앗 1g을 우주로 올려 보내는 데는 약 2천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스젠 8호는 15일 동안 지구 궤도를 돌면서 이들 씨앗의 싹을 틔운 뒤 지구로 귀환한다. 저중력과 방사선에 노출된 상태에서 태어난 싹은 지구에 옮겨심어져 성장속도와 수확량, 병충해에 대한 내성 평가 등의 실험을 거치게 된다. 중국 농업부는 이들 가운데 생산성이 높은 슈퍼 씨앗을 골라내 전국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은 설명했다. 중국의 우주 육종실험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로 농지가 줄어들면서 13억 인구를 먹여살릴 식량을 확보하는 문제가 경제성장을 지탱할 에너지를 공급하는 문제와 함께 중국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인공위성과 유인우주선을 활용한 각종 과학실험을 진행하면서 식량작물의 육종실험도 꾸준히 병행해왔다. 중국은 이런 우주육종을 통해 성장속도가 빠르고 수확량이 많은 슈퍼 씨앗을 확보하는 데 일부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장기간이 12일 짧으면서도 수확량은 20% 많은 벼, 무게가 1㎏에 이르는 오이, 길이가 1m가 넘는 조 이삭이 우주육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중국 학계의 보고도 있다. 중국이 도태 위기를 맞은 재래종 토마토 ‘베이징황’의 씨앗을 우주에서 발아시켜 수확량이 10배 이상 늘어난 ‘슈퍼 토마토’를 만들어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최근 전한 바 있다. 스젠 8호에는 벼와 콩, 들깨, 유채, 애기장대, 난, 무 등 7종의 국산 씨앗 200g도 함께 실려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우중육종 실험을 위해 중국에 의뢰한 것들이다. 국산 씨앗이 우주로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 우주육종이란?
극한상황서 돌연변이 유도 우주육종이란 식물종자를 지구표면으로부터 200~400㎞의 저궤도 우주위성에 실어 비행시켜 우주의 초극한 환경에서 돌연변이 및 유전자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옛 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식물을 재배하다가 발견하면서 실험이 시작됐다. 유전자 변화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무중력 상태와 우주 방사선, 전자파 등 특수한 환경이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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