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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베이징 대학가 ‘비상’…동조시위 경계령

등록 2008-03-18 19:57수정 2008-03-18 19:59

소수민족교육 중앙민족대학 가보니
정문 차단·경비 삼엄…수십명 연좌농성
18일 오전 11시30분께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중앙민족대학 정문. 보안요원 서너명이 차단기를 내려놓고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신분증을 가져오지 못한 듯한 학생들은 보안요원들의 제지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한 학생은 “4년 동안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정문 차단기가 내려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렇게 삼엄한 경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변 식당가로 통하는 서문과 동문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문에선 보안요원들이 한꺼번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의 가방을 뒤지기도 했다. 이 학교와 인접한 중앙무도학원과 중국문화학원의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차단기 너머로 보이는 교정에선 학생들의 움직임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학교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표정에선 당혹감과 긴장감이 스쳤다.

이런 긴장은 전날 발생한 티베트인 학생들의 시위 탓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간부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이 대학 티베트인 학생 50~60명은 17일 티베트인들의 분리독립 시위에 동조하는 연좌시위를 벌였다. 티베트인들의 시위가 티베트와 인접한 쓰촨·칭하이·간쑤성을 넘어 베이징의 대학가까지 번진 것이다.

이들은 오후 7시30분께 손에 촛불을 들고 국제교육대 앞마당에 모였다. 목격자들은 “학생들이 광장에 앉아 평화적으로 촛불시위를 벌였다”며 “얼마 뒤 공안들이 출동해 학생들을 겹겹으로 포위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안들에게 갇혀 있다 3시간 뒤 모두 기숙사로 돌아갔으나, 일부 학생들은 공안의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중국에서 학생 시위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선 천안문 사태가 무력으로 진압된 뒤 학생 시위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 학생들의 시위가 다른 대학으로 번져 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간쑤성 란저우의 한 민족대학에서도 티베트인 학생 100여명이 연좌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민족대학은 중국 정부가 표방하는 소수민족 보호정책을 상징하는 곳이다. 1941년 옌안에서 설립된 민족학원을 토대로 세워진 이 학교는 전국에 흩어진 소수민족 대학의 중심이다. 티베트인을 비롯해 위구르인, 조선족 등 1만4천여명의 학생들이 자기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운다. 한 학생은 “티베트인 학생들은 평소에도 독립심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이번 사태로 “다른 소수민족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감시도 더욱 강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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