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애통함 호소…재임시절 방문취업제 실시등 우호적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도 애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무연고 동포들의 한국 방문길을 여는 등 역대 어느 한국 대통령보다 재외동포들에게 따뜻함을 보여줬다며,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한국의 정치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연길을 비롯해 선양, 단둥 등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곳에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이후 대부분 조선족들이 비통함에 잠겨 있다. 조선족 손아무개(49)씨는 24일 “노 전 대통령이 재외동포들에게 준 도움을 생각하면 비통함을 넘어 원통하기 짝이 없다”며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절 고초를 겪었던 아버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고 말했다.
조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을 재외동포들의 한국행 길을 넓혀준 이로 기억한다. 2007년 3월 도입된 방문취업제에 따라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만 25살 이상의 재외동포들도 한국에 취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무연고 동포들은 지금도 한국어 시험을 통과하면 1차례 입국 때 최장 3년간 체류할 수 있는 방문취업(H-2) 사증을 발급받고 있다. 동포들이 취업할 수 있는 업종도 기존 20개에서 32개로 늘어났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12월29일 서울조선족교회를 찾아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조선족 동포들을 위로한 일도 조선족들에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중국 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국경과 법, 제도가 우리를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믿음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법무부도 강제추방을 잠정 중단하는 등 불법체류 동포들에 대한 단속을 누그러뜨렸다. 당시를 기억하는 서울조선족교회 조선족 400여명은 지난해 2월25일 노 전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귀향하던 날, 서울역에 모여 그에게 w거듭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꿋꿋하게 남북화해 정책을 편 데 대해서도 조선족 동포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베이징의 한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조선족 김아무개(25)씨는 “중국에 사는 동포들은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체한 것처럼 속이 편하지 않다”며 “노 전 대통령 시절엔 그런 심리적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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