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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핑퐁외교 기대했다 난투극 된 ‘농구외교’

등록 2011-08-19 20:35수정 2011-08-19 22:38

바이든 방중 계기 친선경기중 시비
주먹질에 의자까지 던져 경기 취소
중국인들 “체면 구겨” 자국팀 비난
미국과 중국 팀의 2차 친선 농구경기가 열리던 18일 밤 중국 베이징의 올림픽 농구경기장. 4쿼터가 진행되던 중 시비가 붙은 두 팀 선수들이 코트 위에 뒤엉켜 상대편을 향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시작했다. 미 조지타운대와 중국 프로농구 바이팀 선수들은 의자까지 휘둘렀고, 흥분한 관중들도 가세해 선수들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경기장은 난장판이 됐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방중에 맞춰 기획된 ‘스포츠 외교’는 이렇게 난투극으로 끝났다. 미국팀 감독은 결국 경기 종료 시간을 9분32초 남겨둔 채 선수 전원을 이끌고 퇴장했다. 관중들은 퇴장하는 이들에게까지 물병을 던졌다. 64 대 64 동점 상황에서 경기는 취소됐다.

이날 경기가 바이든 부통령 방중의 공식 일정은 아니었지만, 미국은 이번 경기를 통한 미-중 우호 강화에 공을 들였다. 바이든 부통령은 17일 오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올림픽 농구경기장으로 달려가 조지타운대 농구팀과 중국 프로농구팀 산시중위의 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관객들과 어울려 환호하고 중국인 관객이 다가와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등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미국과 중국은 스포츠와 외교의 결합을 통해 1970년대 ‘핑퐁 외교’의 재현을 기대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냉전시대 적국이었던 양국은 1971년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이 미국 선수단을 초청해 ‘핑퐁 외교’의 막을 올렸고, 이는 미-중 화해와 수교로 이어졌다.

양 팀 선수들 중에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팀의 포워드 센터 후커가 조지타운대의 가드 제이슨 클라크에게 반칙을 하면서 둘 사이에 몸싸움이 시작된 뒤 양 팀 선수 6~7명과 일부 관중이 가세했고, 중국 선수가 미국 선수를 밀치고 또다른 미국 선수도 의자로 얻어맞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중국 선수가 덩크슛을 쏘려다 미국 선수에게 가로막혀 바닥에 넘어진 것이 발단이 됐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조지타운대 팀의 감독 존 톰슨은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가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기 때문에 공포를 느꼈고, 팬들과 선수, 가족, 친구들이 되도록 빨리 이 건물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불행한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쪽은 손님을 불러놓고 싸움을 한 것으로 비치자 사태 수습에 나섰다.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9일 “두 팀은 오늘 아침에 좋은 관계를 회복했다”며 “중국팀은 미국팀을 공항에서 배웅했으며, 양쪽은 미국에서도 경기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침묵을 지켰다.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한 보도통제로 보인다. 하지만 웨이보 등 인터넷을 통해 소식은 빠르게 확산됐다. ‘외국팀을 초청해 이런 사건을 벌이다니 중국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며 중국팀을 비난하는 반응이 많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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