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남중국해’ 두 축으로
미 ‘10년만의 귀환’ 본격화
중, 정면충돌 부담되지만
영토문제는 저자세 곤란
아시아국가들 줄타기 고민
미 ‘10년만의 귀환’ 본격화
중, 정면충돌 부담되지만
영토문제는 저자세 곤란
아시아국가들 줄타기 고민
지난 주말 미국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아시아 귀환’ 뜻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반발과 경계심을 드러내곤 있지만 뾰족한 대응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대외정책 중심의 아시아 이동은 사실상 ‘중국 때리기’나 ‘중국 배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일 무역체제·환율 등을 들어 중국을 공격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의 반발에 이어 중국 관영 언론들은 15일 일제히 미국의 무역·환율·안보 등 전방위 압박에 반격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위안화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미국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나오는 희생양 만들기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는 “오바마가 모든 기회를 이용해 중국 주변 국가들을 향해 미국은 가장 믿을 만한 ‘중국의 대항마’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아시아 패권을 회복하려는 전략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고 본다. 13일(현지시각) 폐막한 아펙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일본을 티피피 협상 참가로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을 배제한 미-일 중심의 아태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 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는 남중국해라는 안보 이슈를 제기해 경제와 안보 두 전선에서 ‘중국 굴기’(중국이 대국으로 일어선다는 뜻)를 견제하려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필리핀과 일본 등이 앞장설 것으로 알려졌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에 ‘평화·자유·우호·협력 지대’를 건설하자는 제안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화하고 중국에 대항하는 통일전선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환구시보>는 보도했다. 일본도 남중국해 문제 등을 논의할 동아시아 해양안보 포럼을 정례화하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9일 일정으로 아시아를 순방중인 오바마의 중국을 겨냥한 전방위 ‘공습’은 중동 문제 등에 얽매여 10년 넘게 아시아 지역을 중국에 내주다시피 했던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의 티피피 추진으로, 중국이 아세안, 대만,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며 자국을 중심으로 한 아태 자유무역지대와 위안화 경제권을 구축해오던 정책은 이미 일격을 당했다.
하지만 중국이 손에 쥔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선 중국이 미국과 맞설 만한 힘이 없고, 너무 강하게 반격에 나섰다가는 주변국에서 중국위협론이 더욱 고조될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귀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으로선 내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는데다 사회·경제적으로도 불안 요소가 커진 상황에서 미-중 충돌로 나아가는 확전은 부담스럽다. 따라서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일정 정도는 인정하되, 장기적으로 조용히 군사력을 키워 나가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도광양회’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토 문제와 관련된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마냥 목소리를 낮추기는 어려운 난제다. <뉴욕 타임스>는 13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해 나가면서 남중국해가 ‘신포함외교 시대’로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구체화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티피피보다 남중국해 분쟁 문제가 우선 미·일 갈등의 직접 충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G2(양대 강국)가 아시아 영향력을 둘러싸고 이렇게 다시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아시아 각국의 경제·안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지각변동은 군사적 맹주로 군림해온 미국과 아시아 경제의 성장 엔진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아시아의 중소 규모 국가들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G2(양대 강국)가 아시아 영향력을 둘러싸고 이렇게 다시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아시아 각국의 경제·안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지각변동은 군사적 맹주로 군림해온 미국과 아시아 경제의 성장 엔진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아시아의 중소 규모 국가들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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