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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증시 급냉…시장의 불신과 싸우는 중국 정부

등록 2015-07-09 22:31수정 2015-07-10 10:19

중국증시 거품 붕괴 공포

금리 인하·기업공개 제한 등
지난 한달 부양책 안 먹히자
대주주 매도금지 등 특단대책
어제 상하이지수 5.7% 올라

개인투자자 9000만명
공산당원보다 많아
정부, 통제력 회복할지 주목
“정부가 더 개입할수록, 더 두려워진다.”

중국 난징에서 고기잡이와 식당업을 하고 있는 리쥔은 8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주식 투자에 대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빌린 돈 100만위안을 포함해 약 300만위안을 증시에 투자했지만 최근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상하이지수 추이와 중국 당국 대응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정부의 말이 곧 진리’로 통하던 중국에서 최근 증시 폭락 사태로 중국 정부가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 정부는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처들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3주 만에 주가가 30% 넘게 폭락하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증시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중국 정부는 4조위안의 자금을 투입하는 부양책으로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지만, 이번에는 정부 개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 내리는 조처를 발표했다. 그래도 주가 급락이 멈추지 않자 이틀 뒤인 29일에는 1조위안 규모의 연금펀드의 주식투자 허용 방침을 최초로 밝혔다. 그런데도 이날 상하이지수는 3.34% 하락한 4053.03으로 마감했다. 증감위가 신용거래 규제완화 지침을 발표하고, 기업공개(IPO) 기업수를 제한하기로 한 2일과 3일에도 상하이지수는 각각 3.48%와 5.8% 내렸다. 주말인 4일부터는 주식시장 안정화 펀드 조성, 국영 금융사에 대한 직접 유동성 공급 등의 종합대책이 쏟아졌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8일 “보유 지분율이 5%가 넘는 상장사의 주주와 경영진은 향후 6개월간 시장에서 주식 매각을 할 수 없다”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은 데 이어, 9일엔 공안부가 공매도 불법행위 조사까지 착수했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데는 중국 증시가 정치권력과 시장 간 ‘힘겨루기’ 장으로 변해버린 데 대한 지도부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증시가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을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위협하고 있다”며 “수천만 개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손해를 봐 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는 기관투자자가 적고 외국인 투자자 참여가 제한돼 있어, 거래의 약 80%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의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쉽고, 주가 급락의 피해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집중된다. 증시 투자자 9000만명은 중국 공산당원(약 8700만명)보다도 많다.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주가 급락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동요를 억제하고 사회불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언론에 ‘증시와 정치를 연관시켜 보도하지 말고, 주가 상승과 하락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것’ 등의 긴급통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9일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상하이지수는 5.7% 뛰었지만 비정상적으로 널뛰는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8일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월스트리트의 광풍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상하이지수는 전년 대비 150%나 올랐지만, 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처럼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대출 투자자에 의해 주도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붕괴하면 투자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집단적으로 주식 매각에 나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민영기업과 신규 창업기업들을 육성해 국유기업 중심의 기존 성장모델을 전환하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가 증시의 급변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이런 경제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리 총리가 격노하며 증시안정대책을 내놓으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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