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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마스크 쓰고 송년회 가는 한국 특파원들

등록 2016-12-23 20:58수정 2016-12-23 21:08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푸른 날 맑은 공기를 한 허리 베어내어/ 온수매트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스모그 오시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스모그 적색경보가 해제된 베이징에서 어제·오늘 푸른 하늘을 보고 있어. 눈이 시리도록 쨍한 겨울 하늘은 며칠씩 이어져도 좋건만, 아마도 금세 우마이(스모그)가 돌아올 거야. 마스크 없이 외출할 수 없고, 공기청정기 없이 실내에 있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안심 못하는 끔찍한 날이 또 오겠지. 할 수만 있다면 잠깐 돌아온 맑은 공기를 모아다 그날을 대비하고픈 심정, 고국의 독자들은 이해하실까?

서울도 미세먼지가 문제지만 중국과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아. 지난 5월말 서울의 미세먼지 상황이 나빴어. 미세먼지(PM10, 지름 10㎛ 이하) 농도가 26일 159㎍/㎥, 27일 162㎍/㎥를 기록한 거야. 이 무렵 한 기사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값이 100㎍/㎥에 육박하거나 훌쩍 넘길 정도로 전국적으로 대기질이 나쁜 상태”라고 전했어. 중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보면, ‘저걸 가지고’ 하면서 아연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찾아보니 베이징은 어제, 오늘을 빼고 지난 1주일가량 15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거든. 스모그가 부쩍 심했던 요 며칠은 줄곧 300㎍/㎥가 넘었고 500㎍/㎥까지도 올라갔지.

중국 스모그가 지독한 원인은 대개 석탄 난방과 차량 배기가스, 그리고 공장 배출물질이라고들 해.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산업화 부작용이니, 중국의 변화와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걸 고려하면 ‘압축적 후유증’이기도 할 테지. 이곳의 비판은 당국이 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곤 해. 최근 예를 보자고.

첫째는, 석탄 사용을 줄이려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풍력발전기(풍차)를 많이 세웠는데, 이 때문에 베이징 일대에 바람 속도가 줄었다는 주장이야. 바람만 제대로 불어도 스모그는 걷힐 텐데, 풍차가 막아섰다는 거지. 실제로 베이징에서 관측되는 풍속은 1970년대 3.7㎧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로 줄어들었대. 다만 과학자들은 풍차가 많이 세워진 곳에서 베이징은 너무 멀다면서 동의하지 않아.

둘째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중국 북부에 조성된 숲이 바람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야. 과학자들은 찬 공기가 1.5㎞ 높이에서 이동하는 걸 고려하면, 이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어.

셋째는 ‘청정에너지’를 내걸고 사용을 확대한 천연가스의 연소 뒤 나오는 물방울이 문제라는 주장이야. 최근엔 공기 중의 미세한 물방울이 화학작용을 통해 스모그를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어. 하지만 과학자들은 천연가스 연소 뒤 배출되는 수분은 대기 중 전체 수분에 견주면 무시해도 좋을 만한 양이라고 설명해.

위 3가지는 공통적으로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중국 당국의 조처가 되레 스모그로 이어졌다는 시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어. 결국 다 못 믿겠다는 건데, 정부나 과학자들은 인내심을 주문하는 형편이야.

사실 중국 스모그의 정체는 아직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야. 최근 중·미·독 합동연구팀이 2013년 베이징에서 채집한 스모그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공기 중 황산 농도가 화산폭발 때와 비슷한 걸로 나타났어. 문제는 왜 스모그에서 황산 성분이 검출되는지야. 화산폭발 때의 황산은 대기로 분출된 대량의 유황이 햇빛과 광화학 작용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야. 춥고 어두운 겨울의 베이징에서 웬 황산? 과학자들은 설명을 못했어. 그 원인을 찾기까지 대응 방법도 찾기 힘들겠지.

이런 스모그 속에서 살면 어떻게 될까? 서울에서 한 연구인데, 미세먼지 10㎍/㎥가 늘 때마다 기관지 질환이 늘어나고 협심증, 심근경색 환자가 늘었다고…, 그러면 심지어 그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 속의 유해물질이 몸속에 파고드는 베이징에서는 아마도 더 많은 질병과 환자가 생기고 있겠지. 더 무서운 것은, 아직 정체도 불분명한 스모그 문제가 궁극적으로 언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오늘의 스모그가 10년, 20년 뒤 또는 더 먼 미래의 인류 건강에 잔상을 남기진 않을까?

무시무시하고 우울한 속에서도, 그래도 일상은 중단되지 않을 거야.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할 때 나도 아이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정말 좋겠어.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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