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6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전날에 이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지만, 겅솽 대변인은 초점을 비켜나갔다. 중국이 김정남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지 못한다”고 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한 북-중 관계의 부정적 영향 여부를 묻자, “중-조(북)는 우호적 이웃나라로 양국은 선의와 우호의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의혹을 중국 정부가 먼저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전날 베이징 북한대사관이 주최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축하 행사에도 왕자루이 전국인민정협 부주석 등 중국 쪽 고위인사가 예정대로 참여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 연루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 쪽이 먼저 이미 예정된 행사 참석을 취소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홍콩 매체는 ‘김정남-중국 연관설’을 반박하는 등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콩 <명보>의 고정칼럼인 ‘중국평론’ 16일치에서 평론가 쑨자예는 “김정남을 죽인 것은 김정은의 중국에 대한 보복이며, 중국이 조선(북)에 개입할 후환을 근절했다고 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정남 피살 직후, 중국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것을 전제로, ‘그동안 김정남이 중국의 보호를 받았으니 사건 배후로 지목되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한방 먹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칼럼은 ‘김정남이 중국의 보호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중국 <환구시보>는 16일 사내칼럼에서 전날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채 붙잡힌 용의자가 “장난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충성도, 능수능란함도 없는 (범인들의) 이런 행동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운에 맡기고 행동한’ 요소가 매우 강하다”며 “이번 사건은 의외의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범행 이후 드러난 용의자들의 서투른 움직임 등이 공작원의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힘들어, 사건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예단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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