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주요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란 사실을 공개했지만, 중국 당국은 다음날인 20일에도 여전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확실한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의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 <중앙텔레비전>(CCTV), <차이나데일리> 등 관영매체들은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의 발표 등 사실보도만 이어가고 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건 관련 소식 자체를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이 직접 내놓은 반응은 지난주 외교부 대변인이 되풀이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를 보고 있다”는 말 뿐이다. 그동안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용의가 있는지’, ‘중국·마카오에 거주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중국은 입을 열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 터진 김정남 피살 사건이 중국을 진퇴양난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사건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난다 해도 중국은 거리를 둘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 내부 일이라며 개입할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검 인도 문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의 주검을 북한 당국이 아닌, ‘유족에게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마카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가족이 직접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신변보호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개인적 일’이라며 거리를 둔다 해도, 만일 주검이 중국 영토인 마카오로 온다면 북한과의 관계에서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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