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매체 <야마재경>이 28일 오전 게시한 '롯데가 잘못을 거듭하는데, 징둥은 어쩔 것인가'라는 글이 중국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신에서 화제가 됐다. 같은날 오후 징둥에서는 '롯데마트관'이 폐쇄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부지 제공과 관련한 중국의 움직임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의 ‘롯데 제재’도 일단 온라인을 중심으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사드 보복’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일부 있지만, 중국 안에서는 ‘당연한 조처’라는 반론이 거세다.
중국 양대 온라인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징둥이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온 ‘롯데마트관’이 28일 저녁부터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징둥은 이런 조처를 취하면서도 별다른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사드와 관련한 여론의 압박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오전 게시돼 중국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서 회자된 ‘롯데가 잘못을 거듭하는데, 징둥은 어쩔 것인가’라는 글은, “지난 1월 (또다른 온라인쇼핑몰인) 톈마오의 롯데 매장은 전면중단됐는데, 징둥에선 여전히 정상 운영중”이라며 2015년 9월 체결된 징둥-롯데 파트너십과 징둥 내 롯데마트관 운영 상황을 전했다. 이 글은 “롯데가 고집스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뒤, 중국 내 파트너인 징둥은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가”라면서 작성 시점까지 징둥 쪽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1일 오후 현재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의 배달 서비스 ‘바이두와이마이’의 슈퍼마켓 목록에서도 롯데마트가 사라졌다. 또다른 배달 서비스 ‘메이퇀’도 마찬가지다. 앞서 26일 지린성의 지린시 장난 지역 롯데마트 앞에서 벌어졌다는 시위 사진도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에선 8~9명 가량의 남성이 롯데마트 앞에서 “한국 롯데가 중국에 전쟁을 선언했다. 롯데는 사드를 지지하니, 당장 중국에서 꺼져라”고 적힌 붉은 펼침막을 들고 있다. 롯데면세점 웨이보 계정의 최근 게시물에는 사드 배치 관련 비판이 대부분인 댓글이 2만2000여개 달렸다.
중국 지린성의 지린시 장난 지역 롯데마트 앞에서 26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을 비판하는 이들이 시위를 했다. <봉황망> 갈무리
중국 정부는 겅솽 외교부 대변인이 28일 “외국 기업의 중국 내 경영이 성공할지 여부는, 최종적으로는 중국의 시장과 중국의 소비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 데서 보듯 중국 정부는 사회적 불매운동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지만, 관영매체는 롯데에 대한 ‘적대시 시각’을 주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28일 논평에서 호랑이에 잡아먹혀 귀신(창귀)이 된 뒤 다른 사람들도 홀려 호랑이 밥이 되게 만든다는 고사(위호작창)를 들어,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을 한 롯데는 창귀와 다르지 않다며 “이런 롯데를 중국은 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에서도 사드 문제를 둘러싼 보복조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기는 한다. <봉황텔레비전>의 토론 프로그램 ‘시사변론회’에서는 1일 일부 출연자들이 ‘준단교’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이 무리하다면서 중국에 한국은 ‘흔치않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1992년 북한과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수교한 뒤 2015년 전승 기념 열병식에 서방 영향권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정상이 참석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중국의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한 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규모 중에선 한국이 선도적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쉬이 물러설 일이 아니라는 반론이 거세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이날 <환구시보> 기고에서, “개인 블로그나 소수 인사들이 ‘롯데 제재’가 ‘대국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이라고 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롯데는 이번 행위로 중국 내 업무의 성격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교 수는 롯데는 사드 배치로 인해 “다른 나라 복지의 안보에 손해를 끼친 회사가 됐다”며 “중국의 시장은 반드시 자신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고 법을 지키는 외국기업에 개방돼야 하지, 중국에서 이윤을 취하면서 중국의 안보에 손해를 주는 기업이 중국에 존재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댔다.
중국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자며 각오를 다지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일 “한국산 상품의 불매운동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 정부들이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는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사업 철수를 계획하고 있는 일부 한국 기업들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은 경제전쟁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톈진과 장쑤성, 산둥성 등 한국의 주요 투자 지역 당국은 투자가 줄더라도 경제 안정과 일자리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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