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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한-중 사드 갈등 장기화 불가피”

등록 2017-03-19 17:07수정 2017-03-19 17:49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인터뷰
중 최고위 자문기구서 ‘제재 신중론’ 제안
“사드 배치 완성돼도 문제는 계속 존재”
“경제제재할 수준에는 다다르지 않았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베이징대 누리집(pku.edu.cn)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베이징대 누리집(pku.edu.cn)
최근 한국 영화·드라마 방영 제한과 한국 여행 중단 등 중국의 ‘경제보복’ 조처에 신중론을 제시한 중국 학자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17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당분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낮아 현재의 갈등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현재로선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 애초부터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어서 쉬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도 이런 쪽(배치 철회)으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문제는 계속 존재하는 것”이라며 “단기간 내에는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짚었다.

자 원장은 3~13일 열린 중국 최고위급 자문기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통해, 대외관계에서 경제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를 제출했다. 정협 상무위원이기도 한 그는 중국의 대외 상호 의존도가 높은데다, 경제제재가 중국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며, 민간의 감정적 대립을 야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군사 문제는 군사적 방식으로, 정치 문제는 정치적 방식으로, 경제 문제는 경제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자 원장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어떤 반응인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제재 조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핵심이익 위협 △국제법·국제조약 위반 △국제적 도의 위반 등 조건을 만족하면 경제제재 조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건의에 비추어, 사드 문제는 “그런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다”며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구체적 진전을 보면서 대응 방식을 정해야 한다. 반드시 경제제재 방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는 미국의 결정이고, 사드 배치는 이제 한국 정부로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그렇다면 중국의 보복도 손쓸 방법이 없다. 한국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락한 건 한국의 책임이다. 사드 문제는 중-미 문제지만, 중-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아래는 자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정협에서의 제안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중국 당국은 어떤 반응인가?

“정협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중국 정부가 어떤 반응인지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알지 못한다.”

-중국은 당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행 여행 중단이나 한국과의 영화·드라마 합작 중단 등에 대해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당신과 다르지 않다.”

-“군사 문제는 군사적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건의를 냈는데, 중국이 어떤 식의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는가?

“구체적으로는 어떤 반응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군사적 반응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군사 배치 조정이나, 사드 레이더에 대한 간섭 등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일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경제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을 제재할 이유가 된다고 보는가?

“현 단계는 아직 군사적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군사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럴(경제제재를 할 수 있는) 정도 단계는 되지 않았다. 중국에 직접적이고 분명한 안보 위협이고, 영토주권이나 국가 생존에 대한 위기라면 몰라도, 아직 그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다.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운영 등 구체적인 진전 상황을 봐야 한다. 반드시 경제제재 방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

-롯데의 부지 제공 결정과 장비 반입이 시작되면서, 사드 배치는 이제 한국 정부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면 중국의 보복도 손쓸 방법이 없다. 한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한국이 중국 주변에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락한 것은 한국의 책임이다. 사드 문제는 중-미 문제지만, 중-한 문제이기도 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이나 미-중 정상회담이 사드 문제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미국이 배치 정책을 바꾸겠다고 하거나, 한국이 과거 결정을 바꾼다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현재로선 바꿀 것 같지 않다. 애초부터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어서 쉬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 이런 쪽으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이 문제는 일정 시간 지속될 것이다.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문제는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단기간 내에는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다.”

-2012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문제 관련 반일 시위처럼, ‘반한’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적절히 처리할 수 있다. 민간에서 벌어지는 일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관리될 것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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