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베이징대 누리집(pku.edu.cn)
최근 한국 영화·드라마 방영 제한과 한국 여행 중단 등 중국의 ‘경제보복’ 조처에 신중론을 제시한 중국 학자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17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당분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낮아 현재의 갈등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현재로선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 애초부터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어서 쉬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도 이런 쪽(배치 철회)으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문제는 계속 존재하는 것”이라며 “단기간 내에는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짚었다.
자 원장은 3~13일 열린 중국 최고위급 자문기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통해, 대외관계에서 경제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를 제출했다. 정협 상무위원이기도 한 그는 중국의 대외 상호 의존도가 높은데다, 경제제재가 중국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며, 민간의 감정적 대립을 야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군사 문제는 군사적 방식으로, 정치 문제는 정치적 방식으로, 경제 문제는 경제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자 원장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어떤 반응인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제재 조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핵심이익 위협 △국제법·국제조약 위반 △국제적 도의 위반 등 조건을 만족하면 경제제재 조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건의에 비추어, 사드 문제는 “그런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다”며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구체적 진전을 보면서 대응 방식을 정해야 한다. 반드시 경제제재 방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는 미국의 결정이고, 사드 배치는 이제 한국 정부로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그렇다면 중국의 보복도 손쓸 방법이 없다. 한국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락한 건 한국의 책임이다. 사드 문제는 중-미 문제지만, 중-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아래는 자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정협에서의 제안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중국 당국은 어떤 반응인가?
“정협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중국 정부가 어떤 반응인지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알지 못한다.”
-중국은 당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행 여행 중단이나 한국과의 영화·드라마 합작 중단 등에 대해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당신과 다르지 않다.”
-“군사 문제는 군사적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건의를 냈는데, 중국이 어떤 식의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는가?
“구체적으로는 어떤 반응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군사적 반응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군사 배치 조정이나, 사드 레이더에 대한 간섭 등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일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경제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을 제재할 이유가 된다고 보는가?
“현 단계는 아직 군사적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군사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럴(경제제재를 할 수 있는) 정도 단계는 되지 않았다. 중국에 직접적이고 분명한 안보 위협이고, 영토주권이나 국가 생존에 대한 위기라면 몰라도, 아직 그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다.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운영 등 구체적인 진전 상황을 봐야 한다. 반드시 경제제재 방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
-롯데의 부지 제공 결정과 장비 반입이 시작되면서, 사드 배치는 이제 한국 정부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면 중국의 보복도 손쓸 방법이 없다. 한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한국이 중국 주변에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락한 것은 한국의 책임이다. 사드 문제는 중-미 문제지만, 중-한 문제이기도 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이나 미-중 정상회담이 사드 문제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미국이 배치 정책을 바꾸겠다고 하거나, 한국이 과거 결정을 바꾼다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현재로선 바꿀 것 같지 않다. 애초부터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어서 쉬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 이런 쪽으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이 문제는 일정 시간 지속될 것이다. 배치가 완성되더라도 문제는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단기간 내에는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다.”
-2012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문제 관련 반일 시위처럼, ‘반한’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적절히 처리할 수 있다. 민간에서 벌어지는 일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관리될 것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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