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부장 “지난해 황교안 방중 당시 시진핑에게 협의도 결정도 전혀 없다고 해놓고 열흘 뒤 배치 발표”
특사단 만난 중국쪽 사드 관련 강경한 입장
한중관계 개선 공감, 사드 실무협의 하기로 했지만 갈등 소지 여전
특사단 만난 중국쪽 사드 관련 강경한 입장
한중관계 개선 공감, 사드 실무협의 하기로 했지만 갈등 소지 여전
지난 18일 문재인 정부의 중국 특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직전 황교안 당시 총리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불쾌한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 활동 내용에 정통한 한 인사는 20일 <한겨레> 기자에게, “지난해 6월말 황 전 총리가 중국에 왔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양국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채널로 협의를 해보자고 얘기했는데, 얼마 안 돼서 (한·미가) 중국에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며 “국가주석 이하 외교라인의 체면이 모두 손상됐던 이 일을, 이번에 왕 부장이 이해찬 특사에게 직접 언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30일 중국 쪽 발표를 보면, 시 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황 전 총리를 전날 만나 “한국이 중국의 합리적 안보 관심을 중시해서,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 계획을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황 전 총리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한·미는 곧바로 7월8일 사드 한국 배치를 결정·발표했다. 중국 쪽이 이 상황에 분개했다는 관측은 나온 적이 있지만, 공식 외교 채널에서 이런 언급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해찬 특사와 왕이 부장의 면담은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특사를 수행한 측근 인사는 “왕 부장과 특사단이 당시 사드와 관련해 격론을 벌였는데, 이 특사가 당혹스러웠을 정도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왕 부장은 언론에 공개된 들머리 발언에서도 “한국 새 정부는 유효한 조처를 취해 양국 관계 걸림돌을 제거하라”고 특사단을 압박했다.
이해찬 특사의 이번 방중은 한-중 관계 개선 필요성에 중국과 공감하고, 사드 문제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해결 방안 모색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시 주석 면담 당시 좌석 배치 논란에서 보듯 한-중 간 ‘기싸움’ 등 갈등 소지도 여전히 존재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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