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갈등’의 여파 속에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중국의 여행·관광 분야 고위당국자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여행·관광 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의 두장 부국장(차관급)은 26일 오전 허난성 산먼샤에서 열린 황하 연안 9개성 여행 판촉 행사에서 개막연설을 했다. 두 부국장은 연설 뒤 퇴장하면서 만난 <한겨레> 기자가 ‘한국 여행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는 해결 가능한가’라고 묻자, “양국 정부를 봐야 한다. 원인은 매우 명확하지 않은가”라며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풀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부터 시작해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국가여유국은 지난해 전국 지방정부와 여행사들에 대한 비공개 지시를 통해 한국 여행을 제한시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런 입장이 이번처럼 고위당국자의 실제 발언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두 부국장에게 ‘중국 정부가 제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느냐’라고 묻자, “지금 분명히 말했다”라고만 말했다. ‘정부 간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부 주도 제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드 갈등 완화설’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사실 두 부국장의 발언은 지난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해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풀어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답변이기도 하다. 당시 왕 부장은 지난주 중국을 다녀간 이해찬 특사 일행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하고, “우리는 한국이 특사 방문에 의한 긍정적 상호 작용을 계기로 한국이 실질적인 조처를 취하고 양국관계의 목 안에 가시를 최대한 빨리 뽑아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쪽의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국가여유국도 이를 되풀이하는 데서 보듯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확립됐음을 의미한다.
한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드 보복 조처가 풀리고 있다는 일부 보도도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베이징 주중대사관 쪽은 “중국인의 단체비자 발급 신청은 여전히 없으며 새로운 움직임도 없다”며 “베이징 대사관만 놓고 봤을 때, 개인비자 발급 신청도 3월 넷째주 약 200건까지 떨어졌다가 요즘은 400건 정도 선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평소 800~1000건이었던 데 견주면 아직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글·사진 산먼샤(허난성)/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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