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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14년 전 베이징서 30분 줄 선 푸틴, 2022년 ‘최고 귀빈’ 된 사연

등록 2022-02-04 13:22수정 2022-02-04 22:54

4일 단독 오찬에 개막식도 관람
정상들 참가 3분의 1 이하로 줄어
미·유럽 압박에 중·러 관계 격상
2019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2019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무려 30분 동안 줄 서야 했다. 오찬도 단독이 아닌 다른 정상들과 함께 했다. 100명 가까운 다른 정상들과 다른 대우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만난 것 정도였다.

14년이 흐르고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위해 다시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시진핑 주석은 개막식이 열리는 4일 푸틴 대통령과 단독으로 회담하고, 에너지·금융·우주 등 15개 분야에 이르는 협정에 서명했다.

무엇이 바뀐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개막식을 찾는 외국 정상들의 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보면,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는 21개 국가 정상이 참석한다. 러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아르헨티나 등이다. 한 지도자가 수십년 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거나 비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들이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게 이번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을 요구한 탓에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 참석하는 이는 없다. 14년 전 개막식에 미국, 프랑스, 한국 등 68개국 대통령·총리 등 정상들이 참석했던 것에 견주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파력 높은 오미크론 변이도 정상들이 대화 참석을 꺼리는데 톡톡히 한 몫했다.

3일 미국 샌프란시코 금문교에서 시민들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3일 미국 샌프란시코 금문교에서 시민들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외교 보이콧’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고의적 무관심 속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밀착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3일 중국 국가통신사인 <신화통신>에 ‘러시아와 중국-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동반자’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협력의 양국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효율성, 책임감, 미래에 대한 열망의 모델이 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두 나라는 2001년 ‘선린우호협력조약’를 맺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일본,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국들과 함께 경제·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앞세운 미국, 유럽 세력과 대결하고 있다. 이런 때일 수록 중-러가 일치 단결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세계 질서의 한축을 담당하는 다극 체제로 바꿔나가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냉전 시절 공산주의 진영에서 치열하게 갈등했던 ‘중·소 분쟁’은 이미 옛말이 됐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등 민주주의 세력에 맞서는 ‘깐부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편드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안전보장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중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31일 열린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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