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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 정상회의, 이주민 수용 공동성명 불발…폴란드·헝가리 이견

등록 2023-07-01 05:19수정 2023-07-01 10:15

6월15일(현지시각) 전날 그리스 앞바다에서 전복된 배에서 구조된 이주민들이 칼라마타 항구의 한 창고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6월15일(현지시각) 전날 그리스 앞바다에서 전복된 배에서 구조된 이주민들이 칼라마타 항구의 한 창고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이 ‘이주민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나타냈다. 이달 초 회원국이 새 이주·망명 협정에 잠정 합의한 뒤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폴란드와 헝가리가 협정에 반대하며 난관을 마주한 것이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3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이주민 문제에 입장 차를 보이며 의견을 모으는 데에 실패했다. 회원국이 이주·망명 신청자를 나눠 수용하는 새 협정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동성명에 넣는 데에 폴란드, 헝가리 정상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논의는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이어졌고 회의 첫날인 29일 밤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결국 30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이주민 문제는 빠졌다. 대신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본인 이름으로 개별 성명을 내어 이달 중순 그리스 앞바다에서 밀항선이 침몰해 80명 이상 숨진 사고에 대한 애도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유럽연합이 “인신매매와 밀입국 산업 모델을 깨고 부정기적인 이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이주민의 이동을 더 잘 해결하고 사람들이 그런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셸 상임의장은 이 문제가 공동성명에서 빠진 데 대해 “폴란드와 헝가리가 이번 정상회의의 결론을 승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이 문제를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국영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 규정이든 모두가 동의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다”라면서 만장일치가 이뤄질 떄까지 새 협정을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파 포퓰리즘 성향인 법과 정의당(PiS)이 집권하고 있는 폴란드는 이민 정책의 경우 “회원국의 주권에 기반을 둬야 한다”라면서 주장하면서 난민 수용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고 싶어한다. 폴란드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 어느 나라보다 난민을 적극적으로 대거 수용했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에서 그리스, 이탈리아로 도착한 이민자를 유럽 각국이 나눠 받는 내용을 담은 이번 협정은 반대한다.

이달 8일 유럽연합은 기존 ‘더블린 조약’을 대체할 새 이주·망명 협정에 잠정 합의했다. 새 협정에 따라 회원국은 인구,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이주·망명 신청자를 일정 비율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눠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나라는 이주민 한 사람당 2만유로(약 2천800만원) 상당의 기금을 내야 한다. 2020년 9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새 협정 초안을 발의한 뒤 3년 동안 협의가 이어졌지만 폴란드, 헝가리 등이 반대하면서 만장일치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이달 내무장관회의에서 가중다수결 투표를 거쳐 합의가 이뤄졌다.

더블린 조약은 1990년 체결돼 현재까지 이어져 온 규정으로 이주민이 처음 발을 디딘 유럽연합 국가에 망명,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더블린 조약에 따라 이주민을 수용하다 보니 주요 이동 경로에 있는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특정 국가에 큰 부담이 돌아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잠정 합의가 이뤄진 만큼 새 협정은 유럽연합 이사회, 유럽의회, 집행위원회의 3자 협상과 각 기관의 최종 승인이라는 형식적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유럽연합은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실제 시행이 되더라도 향후 폴란드와 헝가리 등이 이주민 수용을 거부하는 등 협정이 원활히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뤼셀/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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