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에 포탄과 총탄으로 훼손된 벽화가 보인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인구 2만5천명이 거주했던 이 마을은 러시아 침공 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이 되었고, 현재 1600여명이 살고 있다. 도네츠크/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남부 자포리자주의 주요 요충지 마을인 로보티네를 탈환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6월 초 시작된 대반격 작전에 탄력이 붙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8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로보티네의 해방이 오늘 공식 확인됐다”며 지난주 이 전략적인 지역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아 올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주 이 마을을 되찾았지만, 러시아군 소탕 작전을 마무리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한 뒤 이를 공개했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대반격 작전에서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부 전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2개월 동안 자포리자주 남부 최전선 도시인 오리히우에서 남쪽으로 약 12㎞ 떨어진 이 마을을 둘러싸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로보티네에서 파랑·노랑이 어우러진 국기가 휘날리는 영상과 함께 자포리자 전투로 잘 알려진 제47기계화 여단 병사들의 인터뷰도 공개했다. 이번 작전을 이끈 익명의 사령관은 로이터 통신에 “우크라이나가 남부에서 가장 어려운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했으니 이제 더 빨리 진격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러시아는 이 지역에 지뢰와 대전차 장애물로 구성된 3중 방어선을 깔아두고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저지해왔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로보티네 탈환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첫 방어선을 돌파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 지도. 하늘색이 우크라 탈환 지역, 붉은색이 러시아 점령 지역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 제공 지도 갈무리/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의 다음 목표는 로보티네에서 서남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교통의 요충지 토크마크다. 이 도시는 남부 최대 도시 멜리토폴이나 아조우해의 주요 항구도시인 베르댠스크와 간선 도로로 연결돼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대반격 작전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토크마크를 탈환한 뒤 남부 주요 도시인 멜리토폴이나 베르댠스크를 손에 넣어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두 도시를 점령하면, 크림반도에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일대)까지 이어지는 러시아 남부 점령지의 허리를 끊을 수 있게 된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도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오리히우에서 남동쪽으로 7㎞에 있는 말라토크마치카 마을 쪽으로도 성공적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랴르 차관은 지난주엔 동부 도네츠크주의 격전지였던 바흐무트 남쪽에서 약 1㎢에 이르는 지역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부 전선에선 의미 있는 군사적 성과가 확인된 남부 전선과 달리 여전히 똑 부러진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28일 발표가 자신들이 확인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로보티네 인근 러시아 진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정예 공수부대(VDV)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재배치는 러시아군이 전선의 중요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정예화된 부대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로보티네와 베르보베 근처에서 적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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