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발과 다리 부상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보호장비인 ‘스파이더 부츠’를 착용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지뢰 수색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 깔린 지뢰로부터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미를 닮은 모양의 특수한 신발을 보급하고 있다. 신발은 밑창에 다리 4개를 달아 군인의 발이 지면에 직접 닿지 않도록 제작됐는데, 지뢰가 폭발할 경우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28일 미국 과학기술잡지 파퓰러 메카닉스와 영국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 주둔한 공병부대는 곳곳에 빽빽하게 깔린 지뢰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파이더 부츠(spider boots·거미 신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8월초 자포리자와 도네츠크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스파이더 부츠를 신고 지뢰 제거 훈련에 나서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의 수백 마일에 걸쳐 지뢰를 설치했고,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주춤하다고 전했다.
스파이더 부츠는 밑창에 거미 다리를 연상케 하는 4개의 다리가 달려 신발을 신은 병사의 발이 지면에서 약 10㎝ 떠 있는 채로 걸을 수 있게 제작됐다. 스키를 신거나 등산 아이젠을 착용하듯 군화를 착용한 채 신을 수 있다. 파퓰러 메카닉스는 발이 지면에서 일정 정도 떠 있기 때문에 지뢰가 폭발했을 때 충격이 발과 다리, 사타구니 등에 덜 전해진다고 설명해다. 폭발한 지뢰의 위력이 지면과 스파이더 부츠 사이의 공간을 통해 좌우로 흩어지기 때문에 군인의 발에 직접적인 가해지는 충격이 다소 감소한다는 것이다.
8월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발과 다리 부상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보호장비인 ‘스파이더 부츠’를 착용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지뢰 수색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물론 스파이더 부츠를 착용한다고 부상은 피할 수 없다. 파퓰러 메카닉스는 “신발을 신어도 부상은 피할 수 없지만 발이나 다리가 절단되는 치명상이나 그로 인한 출혈에 따른 사망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스파이더 부츠를 보급하는 것은 지뢰로 팔·다리를 절단한 군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뢰로 팔·다리를 절단한 우크라이나군 수는 최대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퓰러 메카닉스의 설명을 종합하면, 스파이더 부츠는 1998년 캐나다의 한 회사에서 개발했고 당시 다양한 폭발에 노출하는 시험을 해보니 일정 정도 발과 다리에 끼치는 파괴력을 줄이는 효과가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해 캐나다가 스파이더 부츠 몇 켤레를 우크라이나에 보냈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토대로 하르키우의 한 공장에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켤레 가격은 406달러(약 53만원)로 저렴하지 않다 보니 제작과 보급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모금도 하고 있다고 파퓰러 메카닉스는 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