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크게 부숴진 건물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렸다. 예르막 비서실장 엑스 갈무리
러시아가 2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가해 10여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쳤다.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최근 서구의 ‘지원 피로’로 인해 무기 공급이 줄어들며 전선 전체에서 수세로 돌아선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늘 러시아가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S-300, 순항미사일, 무인기 등 자신들이 가진 거의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용해 키이우, 르비우, 오데사, 드니프로, 하르키우, 자포리자 등의 산부인과, 교육 시설, 쇼핑몰, 복층 주거 건물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발사된 총 110여발의 미사일 가운데 대부분을 요격했지만, 불행하게도 이 공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 테러 공격에 반드시 대응할 것이고 우리 나라 전체의 안전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러시아의 테러는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도 엑스에 글을 올려 “엄청난 미사일이 다시 우리 도시와 시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크라이나는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적었다. 예르막 실장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주거용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기둥이 앙상하게 드러난 채 불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안드리 코스틴 검찰총장은 이날 하루 동안 러시아가 미사일 122발과 무인기 36대를 발사해 모두 16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밝혔다.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 가운데 자신들이 미사일 87발과 드론 27대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습은 지난해 2월24일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가 하루 동안 가한 공격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이었다. 미콜라 올라슈추크 공군 사령관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이 공격이 러시아가 작년 2월24일 침공한 뒤 가한 최대 규모의 공습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대 규모 공습은 미사일 96발을 발사했던 2022년 11월이었다.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미사일 81발이 발사된 것이 최대였다. 이 공격이 이뤄진 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엑스에 “우크라이나는 2024년 이런 공포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우기 위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20일 의회에 우크라이나 610억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예산을 요청했지만, 공화당의 비협조로 올해 내 통과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 공격의 여파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 폴란드에도 미쳤다. 폴란드군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방면에서 미확인 발사체가 날아왔다”며 “밤새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규모 공습이 가해진 것과 연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