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를 타고 온 난민들이 지난달 16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내리고 있다. 람페두사/AP 연합뉴스
올해 들어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급증하며 제2차 이주민 위기가 본격화되자 유럽연합(EU)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고민의 핵심은 이주민 유입으로 발생하는 부담을 어떻게 회원국들이 나눠 부담할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유럽연합 27개국 정상들이 모인 유럽 이사회는 지난 4일(현지시각) 유럽의 이주·망명 분야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새 규정에 합의했다. 이 ‘위기 규정’은 2015~2016년 이주민 위기나 최근 람페두사섬 위기처럼 대규모 이주민이 갑작스럽게 대거 유입되는 상황에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유럽연합은 내년 6월 전까지 논의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합의된 위기 규정에 따르면, 이주민 유입이 급증할 경우 회원국은 망명 신청자의 국제 보호 요청을 심사하는 동안 이주민을 국경 지역에 두는 기간을 12주에서 최대 20주로 늘릴 수 있다. 반면, 무력 분쟁 등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탈출하려는 이주민에게 ‘즉각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인권단체들은 새 규정이 대규모 이주민 감금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망명 절차의 질을 떨어뜨리고 송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은 앞선 6월엔 특정 회원국에 이주민이 몰리는 상황에 한해 발동할 수 있는 ‘의무적 연대’ 시스템에도 합의했다. 이 조항이 발동되면 다른 회원국들은 재분배되는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주민 1명당 기여금 2만유로(약 2850만원)를 내거나, 인력·시설·장비 등 재정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이런 방식으로 특정 국가들에 몰린 이주민 3만명을 다른 회원국들에 ‘의무적’으로 재분배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이 이런 정책을 고민하는 것은 이주민이 처음 발을 내딛게 되는 국가가 망명 절차를 책임지는 ‘더블린 규정’(1990)의 한계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2003·2013년 두차례 개정됐지만 기본 원칙은 그대로다. 유럽의 관문인 국가들이 ‘독박’을 쓰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6년 망명 시스템 개혁을 위한 입법 제안을 했다. 이를 통해 ‘특정 회원국으로 신규 망명 신청자가 몰릴 경우 다른 회원국으로 재배치’한다는 원칙이 정해졌다. 유럽의회는 2017년 10~11월 ‘회원국의 인구 규모 및 경제 상황을 기반으로 망명 신청자를 할당한다’는 수정 사항이 담긴 보고서를 채택했다. 관련 협의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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