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1만1천명이 참가했고, 이튿날에도 약 700명이 모였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나치 정권 아래 자행된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자위권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연방 하원에서 집권 사회민주당(SPD)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롤프 뮈체니히 의원은 지난달 27일 이뤄진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에서 “독일은 하마스의 테러행위를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편에 굳건히 서 있다”라고 말했다. 뮈체니히 대표에게 현재 중동 정세와 국내외 정치 상황에 대해 물었다.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했지만 이스라엘도 가자지구를 폭격하며 무고한 민간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
“유엔 헌장에는 자기 방어 권리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물론 국제법은 양쪽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스라엘이 가능한 한 민간인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가자지구에 있는 민간인의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제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전달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지지에 변함이 없나.
“그렇다. 동시에 가자지구의 민간인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1년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전망하나.
“(전쟁이 언제 끝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더해서 중요한 것은 휴전과 대화를 위한 창이 열리는 순간 우리가 잘 준비된 상태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에이태큼스(ATACMS)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면 독일도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타우러스(KEPD 350)를 제공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이미 미국산 에이태큼스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곧 독일도 제공하는 것인가.
“어느 경우라도 우리는 군사 물품을 전달하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신중히 고려하는 게 좋다.”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새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이것이 독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독일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까.
“독일은 중국에 일방적 경제 의존을 피하면서, 파트너·경쟁자·체제 라이벌이라는 세 가지 틀 안에서 경제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거다. 독일 경제도 이에 대처할 수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세계 질서 안에서 중국은 계속 결정적 역할을 하려 할 거다. 기후 변화, 세계 기근, 크고 작은 무력 분쟁 등 주요 글로벌 과제는 중국 없이 해결되지 않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의존을 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맞서는 게 아니라 함께 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핵 공유 시스템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나토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핵 공유는 핵 억지력이 안보를 강화한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핵 억지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군사적 충돌이나 심지어 핵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군축과 군비통제 또한 중요하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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