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ICBM, 성공적 시험 발사
비행시간 감소·궤도 변경 가능
“러 겨냥 MD에 정치적 메시지”
비행시간 감소·궤도 변경 가능
“러 겨냥 MD에 정치적 메시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럽 미사일방어(MD·엠디) 체제의 1단계 조처에 착수했다고 선언한 지 나흘 만에 러시아가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엠디 체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러시아 국방부의 바딤 코발 대변인은 23일 러시아가 개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이날 오전 11시15분 모스크바 북쪽 플레세츠크 기지의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돼 태평양 쪽 캄차카반도 쿠라의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비비시>(BBC) 방송과 <뉴욕 타임스> 등은 이 미사일이 러시아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토폴’이나 ‘야르스’의 개선된 모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미사일은 지난해 9월 첫 실험 때는 발사 직후 추락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신형 미사일은 새로운 형태의 연료를 장착해 미사일이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나토의 요격미사일이 속도가 빨라진 러시아 쪽의 탄도미사일을 추적·요격하기가 어려워진다. 통신은 또 “개별 탄두가 요격을 피하기 위해 궤도를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발사의 군사적인 중요성이 어떻든 간에 러시아가 자국 대륙을 가로질러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토 쪽에) 보여줘 (유럽 엠디 체제에 대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빅토르 예신 전 러시아 핵미사일군 사령관은 “이번 실험은 러시아가 미국의 전세계적인 엠디 체제 구축에 맞서 개발하고 있는 여러 기술적 조처들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유럽 엠디 체제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이를 뚫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러시아는 미-러 사이에 체결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규정에 따라 이번 실험을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 나토의 유럽 미사일방어 계획은 4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2018년께 완성될 예정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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