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보좌관 등 유명 정치인 포함
HSBC 계좌보유 2059명 공개에
검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2년전 ‘라가르드 리스트’ 받은 정부
다른 나라와 달리 세무조사 안해
추가 긴축안 앞두고 정치 쟁점화
HSBC 계좌보유 2059명 공개에
검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2년전 ‘라가르드 리스트’ 받은 정부
다른 나라와 달리 세무조사 안해
추가 긴축안 앞두고 정치 쟁점화
지난 28일 오후 아테네 경찰본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시민들이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강인한 표정의 남성이 등장하자 박수와 함께 함성을 질렀다. 그는 이날 아침 경찰에 체포된 그리스 잡지 <핫 독>(Hot Doc)의 소유주 겸 편집장이자 저명한 탐사기자이기도 한 코스타스 박세바니스였다.
그리스 검찰은 그가 전날 출판된 잡지를 통해 에이치에스비시(HSBC)은행 제네바 지점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인 2059명의 명단을 공개해 개인정보보호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체포 직전 트위터에 “15명이나 되는 경찰이 독일 군복을 입은 그리스 돌격대원처럼 친구네 집을 둘러쌌다”며 “그들이 나를 체포하고 있다. 이 말을 퍼뜨려 달라”는 글을 남겼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정오까지 불과 몇시간 만에 그의 석방을 청원하는 그리스인들의 서명이 1만개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그가 이번에 공개한 것은 그리스의 ‘판도라의 상자’로 불려 온 이른바 ‘라가르드 리스트’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리스트란 2년 전 HSBC은행 스위스 제네바 지점의 한 정보기술(IT) 담당 직원이 당시 프랑스의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넘긴 2만4000여개에 달하는 외국인 소유 계좌의 정보를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라가르드가 이 명단을 관련국들에 넘겼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그리스에선 이를 근거로 한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135억유로에 이르는 추가 긴축안을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된 그리스에선 이 문제가 이미 커다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전임 재무장관)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처음엔 전임 장관으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지 않았다고 둘러댔다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획득한 자료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외신들은 이날 공개된 명단에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의 보좌관을 비롯해 여러 유명 정치인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권력자들의 자금 세탁문제도 중요 쟁점으로 떠올라 레오니다스 자니스(57) 전 내무차관이 지난 4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국회의장도 “관련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의장직에서 물러나 있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대다수 그리스인들이 이들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에선 고위층의 탈세 관행이 워낙 뿌리 깊은데다 그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연간 탈세액은 280억유로 규모로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세바니스는 이날 “정부가 세금 탈루자들과 이 명단을 뭉갠 장관들을 체포하는 대신 진실과 언론의 자유를 체포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았다. 그러나 추가 긴축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앞두고 대형 악재에 직면한 사마라스 정부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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