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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집시촌 소녀 마리아, ‘유괴’ 아니다
양육수당 받으려는 ‘불법 입양’인 듯

등록 2013-10-25 16:36수정 2013-10-26 09:31

[지구촌 화제]

양육 포기한 집시 여성이 다른 집시 부부에 맡긴 듯
집시에 대한 편견이 낳은 ‘집단적 마녀사냥’ 비판

그리스 로마(집시) 부부한테 유괴된 것으로 추정돼 세계적으로 친부모 찾기 운동이 벌어진 백인 외모의 소녀 마리아 (▷관련기사 : 그리스 집시촌서 찾은 파란 눈의 금발 소녀 ‘혹여 내 딸일까’ 전세계서 전화·메일 1만통)가 불가리아 로마 여성의 친딸이며, 이 여성이 부부에게 아이 양육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리스 부부가 유괴 혐의로 체포된 직후 한 주장과 일치한다. 로마 민족이 아이를 납치·유괴해 앵벌이로 이용한다는 편견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집단적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에이에프피>(AFP) 통신과 <가디언>은 “불가리아 남부에 거주하며 9명 아이들의 엄마인 30대 로마 여성 사샤 루세바가 유전자 검사 결과 마리아의 생모인 것으로 불가리아 정부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리스에서 일하던 2009년에 금발에 푸른 눈으로 백인 외모의 딸을 낳았으며, 당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 양육을 포기하고 동료 로마 사회의 한 부부에게 아이를 맡겼다고 말했다. 앞서 그리스 부부도 처음엔 마리아가 친딸이라고 주장했으나, 유전자 검사 등이 진행되자 불가리아 출신 로마 여성이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돼 자신들이 아이를 사적으로 입양했다고 얘기했다.

<가디언>은 “루세바가 불가리아 국영 방송과 인터뷰할 때 안고 어르던 흰 피부의 아기가 놀랄 만큼 마리아와 닮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루세바는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색깔이 짙어서 통상적인 로마 민족의 외모이지만, 9명 자녀 가운데 5명은 북유럽 아이들처럼 옅은 금발에 흰 피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불가리아와 그리스 당국은 루세바가 생모가 맞다 해도, 로마 공동체 안에서 양육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돈거래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불가리아 현지 언론들은 “루세바가 한 여성에게 ‘아이를 500레프’(불가리아 화폐 단위·약 37만5000원)를 받고 팔았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루세바와 그리스 로마 부부는 돈 거래 사실을 부인했다. 다만 그리스 부부는 마리아 등 8명의 자녀를 14명이라고 허위로 출생신고해 매달 2500유로(약 367만원)의 양육수당을 타낸 사실이 있다.  

결국 마리아 사건은 그리스 로마 부부가 유괴나 납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으로 판명됐다. 양육수당을 노리고 가난한 로마 여성의 아이를 불법 입양한 것으로 결론이 나거나 돈거래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무혐의로 풀려날 공산이 크다. 그리스에선 돈이 오가지 않았다면 사적인 입양은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 때문에 로마 민족이 ‘유괴범 집단’으로 낙인 찍히고 배척당할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주말 세르비아에선 스킨헤드족들이 로마 집단주거지에 난입해 “아기 피부색이 부모와 달리 옅다”며 두살배기 아기를 강제로 끌어가려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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