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고뒤 1시간
승객에 “객실로 돌아가라”
선장은 제일 먼저 탈출
구조·수색작업 몇달 걸려
승객에 “객실로 돌아가라”
선장은 제일 먼저 탈출
구조·수색작업 몇달 걸려
선체의 급작스런 좌초와 늑장 대피령, 승객보다 먼저 구명보트로 탈출한 선장….
전남 진도 해상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2년 전 지중해에서 벌어진 대형 유람선 침몰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직업윤리 실종과 재난 대처 시스템 부재가 대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두 사고는 판박이다.
2012년 1월13일 4252명을 태운 이탈리아의 초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질리오섬 해안에서 침몰했다.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선장은 평소 항로를 벗어나 섬에 바짝 붙은 채 배를 몰다가 암초에 부딪쳤다. 그는 승객들에게 섬의 풍광을 좀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직전 와인을 함께 마셨던 27살 연하의 내연녀를 위해 항로를 바꿨다는 주장도 나왔다.
엔진실에 물이 들어차면서 선체가 급격하게 떨리더니 곧 전기가 나갔다. 저녁 식사를 하던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였지만, 선원들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만 했다. 이윽고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접시가 깨지고, 사람들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배를 탈출하라는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30분 전까지도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객실로 돌아가 있으라”고 권고했다. 불안한 승객이 해양경찰에 신고했지만, 해양초소의 연락을 받은 선장은 “아무 일 없다”고 답했다.
스케티노 선장은 결국 충돌 뒤 한시간여가 지나고서야 “배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배가 20도 넘게 기울어져, 구명보트를 정상적으로 신속하게 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부 젊은 승객들은 물에 뛰어들어 가까운 섬으로 헤엄쳤다. 일부에선 선장의 대피명령이 조금만 빨랐어도 사상자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걸로 본다.
더 충격적인 건 선장이 배에 남아 승객들의 대피를 돕기는커녕, 제일 먼저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했다는 점이다. 해양경찰이 선장을 호출했을 때 그는 “구명보트에서 대피를 지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로 돌아가 승객을 도우라는 해양경찰의 명령도 무시했다.
이 사고로 32명이 숨졌다. 대부분 배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숨진 채 몇달에 걸친 수색과 인양 작업 끝에야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고 다음날 한국인 신혼부부와 배의 사무장이 살아서 나온 것이 마지막 구조였다.
스케티노 선장 등 6명은 구조의무 불이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선장을 제외한 5명은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을 통해 2년10개월 이하의 형을 받았다. 스케티노 선장의 재판은 계속 진행중이다. 그는 “내가 내린 선박 우회 명령을 항해사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20년 정도의 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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