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노란 리본 달고 조문
외국인들도 “좋은 곳으로 가길” 포스트잇을 붙여
외국인들도 “좋은 곳으로 가길” 포스트잇을 붙여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꼭 행동하겠습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의 ‘관광 1번지’ 브란덴부르크 대문 파리 광장에는 검은 복장에 흰 꽃을 손에 든 조문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노란 리본을 달아주었다. 이날 분향소는 베를린 교민과 유학생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마련했다. 인터넷 한인커뮤니티에 공고된 내용을 보고 온 조문객이 대부분이었다.
유학생 2명의 바이올린 듀엣 연주로 분향추모식이 시작됐다. 우연히 분향소를 지나던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연주자가 추모 연주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학생 한 명은 노래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연주를 들으며 참석자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곳을 지나던 관광객들도 발길을 멈추고 오랫동안 지켜보며 함께했다. 지나가던 독일인들도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죽다니 슬프고 안타깝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직접 헌화·분향했다.
추모 행사를 함께 준비한 정옥희(46)씨는 한 실종 학생의 부모가 인터넷에 올린 편지를 독일어로 번역해 낭독했다. 분향이 끝난 조문객들은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보내는 말을 써서 붙였다.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영어나 중국어로 “좋은 곳에 가길 바란다.”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나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우리가 힘을 합쳐 뭐든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수장되고 말 것입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등 ‘각오’가 담긴 글들도 있었다. 분향식 참석자 중 한 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지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200여명에 달한 조문객이 2~3명씩 헌화와 분향을 하는 데 1시간 30분이 꼬박 걸렸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유학생 정방인(30)씨는 “매일 인터넷만 보고 분노하고 슬퍼한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이 바로 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답답하고 슬펐다. 이번 사건은 절대 잊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윤태경(18)씨는 “내 동생도 희생 학생들과 같은 나이라서 더 애통하다. 언니로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투명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학생 정경직(24)씨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들이 수장된 사건이 안타까워서 추모하러 나왔다.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많은 이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날 독일에선 파리 광장뿐만 아니라 베를린 대사관, 함부르크 영사관 등 곳곳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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