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제 학생연대’
26개국 212개 학생들의 지지·국정교과서 반대 성명 발표
“국가 주도 단일 교과서, 헌법이 명시한 민주적 가치에 반해”
26개국 212개 학생들의 지지·국정교과서 반대 성명 발표
“국가 주도 단일 교과서, 헌법이 명시한 민주적 가치에 반해”
미국 내 한인 대학생들로 구성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제 학생 연대’가 15일(현지시각) 전 세계 26개국 212개 대학의 1519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의 지지 서명을 공개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 200여명이 넘는 해외 한국 관련 교수 및 강사들의 성명 발표에 이어 한국 유학생 및 미국 등 전세계 학생들까지 국정 교과서 반대 서명에 참여하는 등, 국정화에 대한 비판이 국외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내 14개 대학의 한인 재학생으로 구성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제 학생 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란 한 사람이나 하나의 배타적 이익집단, 하나의 정당, 하나의 정부에 의해서 형성될 수 없다”며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우파 정권이든, 좌파 정권이든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는 국정화를 진행하면서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60%가 넘는 국민의 반대에도 확정 고시를 발표하는 등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또한 국가 주도의 단일 교과서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조처일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논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정받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국정화 발표를 철회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맞는 역사교과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을 주도한 이진현 미국 칼턴대 학생(철학과 4년)은 “지인과 인터넷을 통해 이번 사안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았고, 학부생 및 대학원생, 박사과정 학생들을 포함하는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 의사를 표현해 지난달 27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제 학생 연대’를 결성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농구를 좋아하고, 기타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이념의 논쟁을 넘어 ‘다양성’. 특히 학문의 자율성과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솔 스와스모어대 학생(정치학과 4년)은 “이번 서명자 중에는 한인 유학생들이 더 많지만 미국 학생들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씨는 ”처음 국정화 소식을 접하던 날, 학교 식당에서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한 미국인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했던 얘기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며 “국정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자 미국 친구가 ‘잠깐, 너 지금 남한 얘기하는거야, 북한 얘기하는거야?’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클레어몬트 대학의 이욱종(종교학 박사과정)씨도 “미국 학생들은 개인의 서명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꼼꼼히 따져 물은뒤에 대부분 서명을 했다”며 “학생들 대부분이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 이런 정부의 반민주적인 행정을 하는 것에 상당히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yyi@hani.co.kr
■ 성명서 전문(한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해외재학생들의 성명서 우리는 미국 전역에 걸쳐 각자 다른 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대학생, 대학원생)들입니다. 2015년 11월 3일, 한국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대하여 우리는 이것이 초래할 결과를 심각하게 우려하여 반대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과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한 사회의 미래를 추동하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역사의 국정화는 그러한 원동력에 대한 독점권을 한 정권에게 부여하는 백지 수표입니다. 우리가 택한 민주공화국은, 유한한 특정정권에게 우리 민족 전체의 장구한 5천년 역사에 대한 해석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권력의 시각은 외눈박이와 같습니다. 권력의 시각에서는 그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지식과 기억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서술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우파 정권이든, 좌파 정권이든 반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에게 여론은 ‘다그치는’ 대상이 아니며, 정책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론은 충분히 수렴하고, 최소한 충분히 설득해야 할 대상이며, 정책은 온당한 절차를 차곡차곡 밟아서 진행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여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정책도 중요한 절차들이 생략되었습니다. 정부는 30%대를 넘지 못하는 찬성과 60%를 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 11월 3일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하였습니다. 국민들의 의견이 전달되는 하나의 중요한 창구인 교육부의 팩스는 꺼놓았지만, TV에서는 정부의 국정화 교과서 홍보가 ‘공익’광고라는 이름 하에 널리 퍼졌습니다. 이는 아직 집필조차 시작 안된 국정화 교과서에 총 예산 44억원 중 25억이 홍보비로 책정된 결과였습니다. 역사는 압축된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역사를 역사화 하면서 역사학자들은 과거에 있었던 무수히 많은 주체들간의 상호작용을 대상으로 시공간을 기준으로 재단하고, 특정 인물과 사건들의 경중을 따지며,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이를 묘사하는데 적합한 언어를 모색합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과정에 주관적인 요소들이 많이 스며들 수 밖에 없는 이상 역사학자들이 일관된 내러티브를 재단하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사실의 선택과 배제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관되고 구성력 있는 내러티브를 짜는 과정에서 서술자의 관점과 가치가 스며들어 선택된 사실을 엮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역사학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의도로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고 다른 선택을 배제하며, ‘올바른’ 관점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 관점이 모두에게 ‘올바른’ 관점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란 한 사람이나 하나의 배타적 이익집단, 하나의 정당, 하나의 정부에 의해서 형성될 수 없습니다. 올바른 역사는 특정한 소수의 ‘올바른’ 의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에서 국정화는 한국 정부의 명예 실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교과서 국정화제도는 북한, 스리랑카, 몽골 등의 소수 국가들만이 채택하였고, 베트남의 경우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검정제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까지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추세를 정부가 스스로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조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저희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주시길 바랍니다. 2015년 11월 15일 ■ 성명서 전문(영어) Statement in Opposition to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Decision to Issue a State-Controlled History Textbook We, the students at universities and colleges overseas, issue this statement to express our deep concern on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decision to require all secondary schools to use unitary Korean history textbooks issued by the national government, replacing the current textbooks published by eight different publishing companies. We wish to strongly emphasize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attempt to re-nationalize history textbooks severely violates the principles of free speech and academic freedom by politicizing the history education, and deprives students of cultivating the ability to critically interpret and understand history and society from diverse perspectives. History is about interpreting inextricably interwoven interactions between people based on historical evidence. History is more than just facts, and can be understood differently by the way in which they are taught. Thus, students should be given an opportunity to establish their historical perspectives by being exposed to diverse ways of interpreting historical events. Furthermore, the government’s use of the phrase “correct history textbook” implies that there are pre-established right and wrong interpretations of history, which contradict the nature of empirical reasoning. A single history textbook issued by the government deprives students of developing the ability to critically interpret history, and fails to expand the students‘ ability to understand society from diverse perspectives. Not only do state-issued history textbooks go against the global trend of history education, but they also run a risk of being misused to force government propaganda upon the students, as we have witnessed under the authoritarian regime in South Korea during the 1970s and 80s. A single history textbook issued by the government not only contradicts the idea of free market economy expressed in the phrase “marketplace of ideas,” but it also violates the spirit of democracy, which South Korea explicitly states as its constitutional value. On October 24, 2013, Farida Shaheed, the Special Rapporteur in the field of cultural rights, addressed in the 68th session of the UN General Assembly that history teaching “should be based on the understanding of history as an academic discipline,” and should not “serve the purpose of strengthening patriotism, fortifying national identity or shaping the young in line with either the official ideology or the guidelines of the dominant religion.”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attempt to re-nationalize history textbook clearly violates the UN‘s guideline on history education by imposing the official ideology on students. The government should refrain from standardizing history textbook and should ensure academic freedom and diversity in the field of history education. We, the students at universities and colleges overseas, reques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reconsider its decision to re-nationalize the history textbooks, thus promoting academic freedom and free speech in the field of history education, and providing opportunities for students to cultivate skills to critically understand and interpret society from diverse perspectives. November 15, 2015
■ 성명서 전문(한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해외재학생들의 성명서 우리는 미국 전역에 걸쳐 각자 다른 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대학생, 대학원생)들입니다. 2015년 11월 3일, 한국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대하여 우리는 이것이 초래할 결과를 심각하게 우려하여 반대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과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한 사회의 미래를 추동하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역사의 국정화는 그러한 원동력에 대한 독점권을 한 정권에게 부여하는 백지 수표입니다. 우리가 택한 민주공화국은, 유한한 특정정권에게 우리 민족 전체의 장구한 5천년 역사에 대한 해석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권력의 시각은 외눈박이와 같습니다. 권력의 시각에서는 그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지식과 기억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서술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우파 정권이든, 좌파 정권이든 반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에게 여론은 ‘다그치는’ 대상이 아니며, 정책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론은 충분히 수렴하고, 최소한 충분히 설득해야 할 대상이며, 정책은 온당한 절차를 차곡차곡 밟아서 진행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여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정책도 중요한 절차들이 생략되었습니다. 정부는 30%대를 넘지 못하는 찬성과 60%를 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 11월 3일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하였습니다. 국민들의 의견이 전달되는 하나의 중요한 창구인 교육부의 팩스는 꺼놓았지만, TV에서는 정부의 국정화 교과서 홍보가 ‘공익’광고라는 이름 하에 널리 퍼졌습니다. 이는 아직 집필조차 시작 안된 국정화 교과서에 총 예산 44억원 중 25억이 홍보비로 책정된 결과였습니다. 역사는 압축된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역사를 역사화 하면서 역사학자들은 과거에 있었던 무수히 많은 주체들간의 상호작용을 대상으로 시공간을 기준으로 재단하고, 특정 인물과 사건들의 경중을 따지며,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이를 묘사하는데 적합한 언어를 모색합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과정에 주관적인 요소들이 많이 스며들 수 밖에 없는 이상 역사학자들이 일관된 내러티브를 재단하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사실의 선택과 배제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관되고 구성력 있는 내러티브를 짜는 과정에서 서술자의 관점과 가치가 스며들어 선택된 사실을 엮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역사학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의도로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고 다른 선택을 배제하며, ‘올바른’ 관점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 관점이 모두에게 ‘올바른’ 관점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란 한 사람이나 하나의 배타적 이익집단, 하나의 정당, 하나의 정부에 의해서 형성될 수 없습니다. 올바른 역사는 특정한 소수의 ‘올바른’ 의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에서 국정화는 한국 정부의 명예 실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교과서 국정화제도는 북한, 스리랑카, 몽골 등의 소수 국가들만이 채택하였고, 베트남의 경우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검정제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까지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추세를 정부가 스스로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조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저희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주시길 바랍니다. 2015년 11월 15일 ■ 성명서 전문(영어) Statement in Opposition to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Decision to Issue a State-Controlled History Textbook We, the students at universities and colleges overseas, issue this statement to express our deep concern on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decision to require all secondary schools to use unitary Korean history textbooks issued by the national government, replacing the current textbooks published by eight different publishing companies. We wish to strongly emphasize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attempt to re-nationalize history textbooks severely violates the principles of free speech and academic freedom by politicizing the history education, and deprives students of cultivating the ability to critically interpret and understand history and society from diverse perspectives. History is about interpreting inextricably interwoven interactions between people based on historical evidence. History is more than just facts, and can be understood differently by the way in which they are taught. Thus, students should be given an opportunity to establish their historical perspectives by being exposed to diverse ways of interpreting historical events. Furthermore, the government’s use of the phrase “correct history textbook” implies that there are pre-established right and wrong interpretations of history, which contradict the nature of empirical reasoning. A single history textbook issued by the government deprives students of developing the ability to critically interpret history, and fails to expand the students‘ ability to understand society from diverse perspectives. Not only do state-issued history textbooks go against the global trend of history education, but they also run a risk of being misused to force government propaganda upon the students, as we have witnessed under the authoritarian regime in South Korea during the 1970s and 80s. A single history textbook issued by the government not only contradicts the idea of free market economy expressed in the phrase “marketplace of ideas,” but it also violates the spirit of democracy, which South Korea explicitly states as its constitutional value. On October 24, 2013, Farida Shaheed, the Special Rapporteur in the field of cultural rights, addressed in the 68th session of the UN General Assembly that history teaching “should be based on the understanding of history as an academic discipline,” and should not “serve the purpose of strengthening patriotism, fortifying national identity or shaping the young in line with either the official ideology or the guidelines of the dominant religion.”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attempt to re-nationalize history textbook clearly violates the UN‘s guideline on history education by imposing the official ideology on students. The government should refrain from standardizing history textbook and should ensure academic freedom and diversity in the field of history education. We, the students at universities and colleges overseas, reques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reconsider its decision to re-nationalize the history textbooks, thus promoting academic freedom and free speech in the field of history education, and providing opportunities for students to cultivate skills to critically understand and interpret society from diverse perspectives. Novembe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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