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베를린에서 세월호 피해자인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 시연이 엄마 윤경희씨가 에스토니아호 유족을 만나 베를린 교민, 유학생들과 함께 포츠다머플랏츠 앞을 행진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한주연 통신원
세월호·에스토니아호 유족 동병상련
베를린서 포츠담광장 등 행진
서로 위로하며 연대투쟁 다짐
베를린서 포츠담광장 등 행진
서로 위로하며 연대투쟁 다짐
6일(현지시각) 오후 5시께, 독일 베를린 노이쾰른의 한 비탈길. 담장 창살에 묶인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4·16연대 유가족과 에스토니아호 유가족, 베를린 교민, 유학생들이 함께 베를린 시내 가두행진을 마치고 간담회 행사장인 문화제작소로 가는 길이다. 앞서 이날 오후 3시에는 에스토니아호 유족 레나트 노르드, 마리 노르드 부부와 세월호 피해자인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 시연이 엄마 윤경희씨가 만나 베를린 교민, 유학생들과 함께 포츠다머플라츠와 브란덴부르크문 앞을 행진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150여명의 현지 유학생과 교민이 모인 간담회에서 세월호와 에스토니아호 유족들은 서로 위로하고 연대를 다짐했다. ‘에스토니아호 참사’는 1994년 9월27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해 전체 승선자 989명 중 852명이 숨진 사건이다. 국제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상조사를 했으나, 유족들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실 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다. 에스토니아호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노르드는 “참사 3년 뒤 나온 최종보고서는 완전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거짓이었다. 10~12년 지난 뒤에야 그 배 안에 무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철저한 진실 규명을 위해 스웨덴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유경근 4·16연대 집행위원장도 “유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왜 정부는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방해하는지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것인지, 20~30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르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에스토니아호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며 기사 논조에 반발했다. 조선일보는 에스토니아호 참사를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면서 ‘에스토니아호 피해자들은 인내하고 양보하면서 성숙하게 사고를 수습했다’며 비용 문제로 인양을 포기하고 조사위원회에 유족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를 믿고 조사 결과를 기다렸으나 조사 결과에 거짓과 은폐가 있다고 판단해, 배를 인양해서 침몰 원인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가장 주안점을 둔 활동은 ‘독립적인 조사기구 보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진실을 밝히려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요구를 지지하며 도울 일이 있다면 흔쾌히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선한 ‘베를린 행동’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워진 단체로, 2014년 8월부터 매달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지난 3일부터 유럽을 방문한 세월호 유족 대표단은 15일까지 로마, 런던, 리버풀, 파리 등을 방문해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베를린/글·사진 한주연 통신원
4.16 연대, 에스토니아호 유가족 노르드씨가 베를린 시내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한주연 통신원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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