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총리 집무실 앞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유럽연합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각). 런던 다우닝 10번가의 총리 집무실 앞에 마련된 연단에 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만약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난다면, 영국 경제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으로 생중계된 방송 연설에서 그는 “우리의 일자리와 가족, 아이들의 미래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며,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호소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정작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사람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자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난하게 유럽연합 잔류로 가닥이 잡힐듯 하던 영국 여론이 극심하게 양분된 데다가,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하던 조 콕스 하원의원의 피살이 더해지면서 캐머런 총리가 국론 분열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등 외신이 21일 전했다. 노팅햄 대학의 스티븐 필딩 교수(정치역사학)는 “캐머런 총리는 모든 상황을 자신과 반대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며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3년 1월,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다시 집권할 경우 브렉시트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반이민 정서와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주의를 기반으로 성장한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결국 보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 650석 중 과반인 331석을 얻으며 승리했고,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도 현실화됐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브렉시트 찬반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캐머런 총리는 극심하게 양분된 여론에 직면했다. <뉴욕 타임스>는 “국민투표 캠페인은 사실에 기반하기보다 외국인 혐오나 인종주의,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등 정서를 자극하는 식으로 이어졌고, 지난 16일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숨지면서 비극은 절정에 달했다”고 전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반으로 쪼개진 보수당을 수습하는 것도 캐머런 총리에겐 부담이다. 현재 보수당은 캐머런 총리를 필두로 한 잔류 진영과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이 주축이 된 탈퇴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공세를 펴고 있다. 퀸 마리 대학의 팀 베일 교수(정치학)는 “영국인들이 (캐머런 총리의 주장대로) 잔류를 선택하더라도, 분열되어있는 보수당 상황을 고려한다면 캐머런 총리는 강경한 유럽회의론자들로부터 퇴진할 때까지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투표 결정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대해 "(브렉시트는) 결국엔 묻고 답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탈퇴 결과가 나오더라도 총리 자리에서 후속 업무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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