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그 구체적인 절차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과 공식적으로 결별하기 위해선 유럽연합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 조약 제50조는 회원국의 탈퇴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2009년에 신설된 이 조항이 발동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정에 따르면, 탈퇴 희망국은 먼저 유럽연합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최장 2년 동안의 탈퇴 협상이 시작된다. 협상 시한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연장할 수도 있다. 최종 협상안은 유럽의회의 표결을 거친 뒤, 다시 유럽연합이사회의 다수결 승인을 통과해야 ‘이혼’ 절차가 완성된다. 이론적으로는 협상 기간 중에 영국이 탈퇴 의사를 번복할 수도 있다.
영국 총리가 탈퇴 의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보할지는 미지수다. 영국에서 유럽연합 조약 50조를 발동하는 권한은 의회가 아닌 총리에게 있다. 그러나 의회가 총리의 조약 50조 발동을 제지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탈퇴 협상은 영국에 길고 지루한 시간일뿐더러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다. 무려 8만쪽 분량에 이르는 유럽연합 협약들을 일일이 검토해, 향후 유럽연합과의 관계에서 영국 법률에 적용할 것과 폐기할 것을 판별하고 협상해야 한다. 여기에는 수많은 생산품의 교역 조건, 이동의 자유, 유럽연합 분담금 환급, 유럽연합 파견 공무원들의 연금 정산, 영국 시민들과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들의 거주·노동·이동권, 산업기술과 환경기준을 비롯한 유럽연합 공동규정 등 까다로운 협상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영국은 또 유럽연합의 나머지 27개 회원국뿐 아니라 유럽연합과 협약을 맺고 있는 수십개의 역외 국가들과도 일일이 관세 및 자유무역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영국은 전체 수출의 44%를 유럽연합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이 탈퇴 협상을 마무리짓는 데 길게는 7~10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전체 인구가 5만6000여명에 불과한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가 1985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 탈퇴 절차를 끝내는 데도 2년이 걸렸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데에 12년이 걸렸는데, 이제 다시 나가는 데도 그만한 세월이 걸릴 수 있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한편, 유럽연합 지도부에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질질 끌 이유가 없다는 싸늘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어떤 지연도 쓸데없는 불확실성을 연장시킨다”며 “영국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최대한 빨리 행동으로 옮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의 진보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유럽을 위한 자유당·민주당 동맹’도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하겠다고 밝힌 10월까지 끌지 말고 빨리 유럽연합 탈퇴 의사를 통보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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