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중심에 위치한 옥스포드 거리 위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걸려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지 한국 유학생들과 교민들도 ‘브렉시트’가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심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현지 유학생들과 교민들에 따르면, 섣불리 예단하긴 힘들지만, 유럽연합(EU) 출신이 아닌 한국인들에게는 직종과 상황에 따라 득실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건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익이다. 은행 고시환율 기준으로 1파운드는 한국시각으로 지난 23일 1706.21원이었으나,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 가치가 하락해 28일에는 1557.66원에 거래됐다. 영국 대학의 경우, 연간 학비가 대략 1만5000파운드 가량 된다. 브렉시트 투표 전날 환율로는 연간 2559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하지만 불과 이틀만에 2336만원으로 학비가 1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를 대폭 줄이고 그 우선 대상이 외국인에게 집중될 수 있어 환차익에 마냥 웃을 상황은 아니다. 런던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브라이튼에서 월세 1500파운드에 4인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는 유학생 황아무개씨는 27일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면 삶의 질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면서도 국민건강보험(NHS) 제도 같은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 비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들은 건강보험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일부 비용을 내야했다. 브렉시트 이후 부담이 더 커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학생들 사이에선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 출신이 아닌 아시아계 유학생들은 오히려 혜택을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한국 등 비유럽연합 출신들은 취업을 할 때 신원보증인(스폰서)을 구해야 했고, 제출 서류도 적지 않다. 반면, 유럽연합 출신들은 내국인 대우를 받아 취업이 훨씬 유리하다.
영국 런던 인근의 킹스턴시 한인 밀집지역인 뉴몰든 번화가에 한글 문구 교통안전 캠페인 포스터가 쓰여져 있다. 런던/연합뉴스
지난해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최아무개(40)씨는 “한국 유학생들은 유럽연합 출신들에 비해 대학에 자리를 얻는 게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외국인들끼리 동등한 조건에서 겨룬다면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대사관의 박승범 홍보관도 “영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정해진 게 없어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민 문제도 유럽연합 출신들에게 주어지던 혜택이 많이 없어지면 비유럽연합 출신들은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 다만, 영국 사회 전체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심화돼 이민자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심사가 더욱 복잡하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 관광객이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영국 전반에 경기침체가 밀어닥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교민사회에선 또 시민권 취득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영국인과 결혼한 뒤에도 시민권을 획득하지 않고 영주권만 지니고 있던 이들 가운데는 “이러다 생이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웃지못할 이야기까지 나온다. 영국 시민권을 획득하면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잃게 돼 많은 교민들이 영주권만 획득한 채 지내왔는데, 브렉시트가 이들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 것이다. 영국에 17년 이상 살며 투자회사에 근무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실제로 브렉시트가 일어난다면 한국지사들 상당수가 런던지사를 없앨 것”이라며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교민들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런던/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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