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난 이후인 지난 7월2일 유럽연합(EU) 잔류를 희망하는 영국인들이 런던 시내에서 ‘유럽연합 잔류’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이 국민투표로 결정된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는 영국이 2019년 말까지 유럽연합에 잔류할 수 있다고 테리사 메이 총리 정부의 각료들이 런던시 고위 관료들에게 전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담당할 메이 정부의 새로운 부처가 준비가 안 된데다, 내년에 실시되는 프랑스와 독일의 총선 결과를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는 영국 쪽이 유럽연합의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탈퇴를 통보해야만 협상이 시작되며 2년 뒤에는 자동적으로 탈퇴가 결정된다. <비비시>(BBC) 방송은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2017년 안에도 통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브렉시트는 2020년까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총리실 대변인은 “50조는 2016년 말까지 발동되지 않는다”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는 더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메이 총리는 앞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통보는 올해 안에는 없다고 밝혔고,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담당 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그 조항의 발동은 올해나 내년 초에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렉시트 지연 논란은 메이 정부 부처 사이의 브렉시트 담당 업무 분장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메이 정부에서 신설된 국제통상장관 리암 폭스는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에게 경제외교 책임은 외교부에서 분리해 자신의 국제통상부에게 넘기라고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메이 정부는 브렉시트 업무를 염두에 두고 국제통상부와 유럽연합 탈퇴 담당부를 신설했다.
브렉시트 운동을 이끌었던 영국독립당의 전 대표 나이절 패러지는 만약 브렉시트가 지연되면 자신의 정계 은퇴를 되돌리고 정치 일선에 다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 쪽도 메이 정부 내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보수당이 추진한 브렉시트 정책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에밀리 선베리 외무장관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별개의 3개 부처를 만들었는데, 이는 브렉시트 업무 조정이 아니라 관련 부처 장관들인 리암 폭스나 보리스 존슨, 데이비드 데이비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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