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 출신 부부 중 남편, 테러범 차에 치여 사망 ‘이별여행’
칼에 찔린 ‘열렬 축구광’ 경찰관 숨져 다음주 경기 결국 못보게돼
칼에 찔린 ‘열렬 축구광’ 경찰관 숨져 다음주 경기 결국 못보게돼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영국 런던으로 떠난 부부의 여행은 이별 여행이 됐다. 열렬한 축구광이었던 경찰관은 다음주에 예정되어있는 축구 경기를 결국 보지 못하게 됐다. 22일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다리와 의사당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로 인해 숨진 희생자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슬픔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등 외신이 23일(현지시각) 전했다.
희생자 중 한 명인 커트 코크런(54)은 미국 유타 출신으로, 아내인 멜리사 코크런과 함께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영국 런던으로 여행을 온 참이었다. 코크런은 테러 당시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아내와 함께 걷고 있었고, 이후 테러범이 몰던 차에 치어 숨졌다. 멜리사 역시 차량에 치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코크런 부부는 미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이같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크런의 가족은 성명을 내고 “가족들은 커크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 현재 멜리사가 병원에서 회복중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음악을 사랑했던 코크런은 아내와 함께 유타주에서 작은 녹음 스튜디오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크런의 절친한 친구인 네이트 키제리안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끔찍하고 슬픈 소식”이라면서도, “커크런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지만, 그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았던 기억들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추모했다.
테러 당시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차량에 치어 숨진 아이샤 프래드(43)는 런던에 자리한 사립 고등학교인 ‘디엘디 컬리지’(DLD College)의 직원이었다. 프래드의 두 딸 역시 같은 학교의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레이첼 볼랜드 교장은 성명을 내 “프래드는 학생과 동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고 추모했다. 프래드가 2년 전 이사하기 전까지 약 40년간 이웃으로 지냈다는 패트리샤 스코틀랜드는 <비비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래드는 사랑스러운 엄마이자 아내였다”며 “그보다 더 좋은 이웃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슬퍼했다.
한편, 차량에서 내린 테러범의 흉기에 찔려 숨진 경찰관 키스 파머(48)는 영국 풋볼 리그 1의 축구팀인 찰턴 애슬레틱 FC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남동부 찰턴을 연고로 하는 찰턴 애슬레틱 클럽은 테러 소식 직후 성명을 내고 “파머는 시즌 티켓을 구매할 정도로 찰턴 애슬레틱의 오래된 팬이었다”고 밝혔다. 클럽은 “파머는 항상 경기장에 붉고 흰 장식의 축구팀 수건을 들고 왔고, 다음 경기가 있을 때가지 자신의 자리에 수건을 두고 갔다”며 그를 추모했다.
테러 이튿날인 23일, 영국 경찰과 의원들은 파머를 추모하며 1분간 묵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파머와 함께 근무했던 경찰관인 제임스 에큰헤드는 “파머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다”며 “처음 테러 소식을 접했을 때, ‘항상 위험한 상황에서 용감한 사람이었던 파머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런던경찰재단은 파머의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23일 저녁까지 약 32만 파운드(약 4억5000만원)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경찰은 23일 밤 치료를 받던 75살 노인이 숨져 지금까지 사망자는 총 4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부상자 27명 가운데 5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커트 코크런과 아내 멜리사 코크런. 페이스북 갈무리
아이샤 프래드(43)의 생전 모습. 페이스북 갈무리
경찰관 키스 파머의 생전 모습. AP 연합뉴스
23일 영국 런던 의사당 근처에서 한 경찰관이 꽃을 내려놓으며 전날 숨진 키스 파머(48)를추모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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