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버러마켓 인근에서 무장 경찰이 테러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의 머리 위에 서 있다. 이날 런던브리지로 차량이 돌진해 행인들을 친 데 이어 3명의 용의자가 인근 버러마켓에서 흉기를 휘둘러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런던/AFP 연합뉴스
불과 8분 동안의 ‘광란’에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맨체스터 콘서트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2주일도 안 돼 런던브리지와 인근에서 차량 돌진과 흉기 난동 테러로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영국에선 불과 두달 여 동안 세 건의 테러가 발생해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을 보면 3일 밤 10시8분(현지시각)께 영국 런던 중심지 런던브리지 위에서 도로를 달리던 흰색 승합차가 인도로 돌진했다는 신고가 경찰과 구급대에 접수됐다. 당시 런던브리지 위에 있던 <비비시> 기자 홀리 존스는 “흰색 승합차의 운전자가 방향을 갑자기 틀어 시속 50마일(80㎞) 정도의 속도로 인도를 걷던 군중을 덮쳤다. 5~6명 정도가 치였다”고 증언했다.
사고를 일으킨 승합차는 멈추지 않고 다리를 통과해 인근 상점가인 버러마켓 근처에 정차했다. 이 부근은 런던에서 손꼽히는 번화가 중 하나로 시민들은 주말 밤에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참이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차한 승합차에서 몇 명이 내려 버러마켓 쪽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 뒤는 아수라장이었다. 이들은 상점가의 술집과 레스토랑을 습격해 긴 칼 등으로 시민들을 공격했다. 제라드 볼스(47)는 버러마켓 안의 한 술집에서 챔피언스 리그 결승 경기를 시청하던 중에 습격을 당했다. 그는 “세 명의 남자가 한 여성을 찌르는 것을 봤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나는 의자며 유리잔을 던지며 그들을 막으려고 애썼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버러마켓에는 한 명의 경찰이 있었고 그가 용의자들을 쫓는 동안 신고를 받은 다수의 경찰이 출동했다고 전했다. 출동한 무장 경찰들이 용의자 세 명을 전부 사살한 시각은 밤 10시16분이었다. 신고된 뒤 사살되기까지 단 8분 동안 용의자들을 제외하고 시민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경찰은 4일 0시25분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용의자와 희생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3일 영국 런던브리지에서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3일 런던브리지와 인근 버러마켓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테러가 일어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런던브리지 테러를 포함해 올해 3월 이후 영국에서는 테러가 3차례나 일어났다. 3월22일엔 영국 의회 앞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일어나 6명이 숨졌고, 두 달 뒤인 5월22일에는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세계적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가 끝난 뒤 폭탄이 터져 22명이 숨지고 116명이 다쳤다. 런던브리지 테러 하루 뒤인 4일에는 맨체스터 테러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돕기 위한 그란데 등 여러 가수들의 자선 공연이 열렸다.
정부가 맨체스터 테러 직후 최고 단계 ‘임박’까지 올렸던 테러 경보를 직전 단계인 ‘심각’으로 되돌린 지 일주일 만에 재차 테러가 일어나자 테러 공포가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가디언>은 “의회 앞에서 있었던 잔혹 행위와 맨체스터 콘서트장 폭발 뒤, 이런 공격에 대한 방어가 일상적으로 뚫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4일 총리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인 코브라 회의를 열기로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3일 테러를 “지독하다”고 표현했다. 8일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은 8일 총선을 앞두고 4일까지 유세를 중단하기로 했다. 각국에서 테러에 대한 분노와 애도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까지보다 더 영국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영국과 런던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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