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텔레그램 차단 조처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당신은 푸틴이 텔레그램을 차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나요?”
지난 3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거리에서 온라인 매체 <메디아조나>의 편집자 세르게이 스미르노프가 시민들에게 소리쳤다. 광장에 모인 군중은 두 질문 모두에 큰 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뿌옇게 흐린 모스크바의 하늘 위로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종이비행기가 날아올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텔레그램 차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 8000~1만여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자유당이 주도한 이 시위는 오후 2시께 시작됐다. 스미르노프는 군중에게 “그들이 텔레그램을 차단했다. 이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차단하고, 그들은 우리의 미래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차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개발자들이 독일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텔레그램은 보안성이 높아 한국에서도 ‘메신저 망명지’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날 시위는 러시아 당국의 갑작스러운 텔레그램 차단 조처에 항의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텔레그램이 메신저 암호 해독 키를 공개하라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요구를 거부하자, 통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조르가 지난 16일 메신저를 전격 차단했다. 연방보안국은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다.
같은 날 이란도 텔레그램 차단 결정을 내렸다. 체제 전복 사건을 취급하는 이란 혁명법원은 텔레그램을 5월1일부터 완전히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혁명법원은 “많은 국민과 안보기관이 텔레그램의 해악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해치는 텔레그램의 불법 행위를 고려할 때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텔레그램은 이란의 법률과 규정을 무시한 외국 투자자에 의해 설립됐고 이란의 사이버 공간에 불법적으로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이란 국민 절반인 40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여서 반발이 예상된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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