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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언급…금융시장 ‘깜짝’

등록 2018-05-17 17:01수정 2018-05-17 21:13

연정 앞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정책 ‘초안’ 공개
유로존 이탈 위한 절차 마련, 국가 부채 탕감 등 요구
감세 외치며 복지 늘려, 다 시행하면 “연간 127조 소요”
주요 외신 “두 정당의 나이브함을 비판하는 엄청난 혼란”
‘동맹’의 살비니 대표 “노예보다는 야만인 되겠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의 페이스북. 살비니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16분짜리 동영상에서 “이탈리아의 존엄, 미래, 사업은 물론 국경까지도 파는 노예보다는 차라리 야만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의 페이스북. 살비니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16분짜리 동영상에서 “이탈리아의 존엄, 미래, 사업은 물론 국경까지도 파는 노예보다는 차라리 야만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연립정부 성립을 눈앞에 둔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의 설익은 정책 초안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유로존(단일 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19개국)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정책 요강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초안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허핑턴 포스트> 이탈리아어판은 15일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들이 모인 ‘연합’이 연정을 구성한 뒤 시행할 정책을 모은 39쪽 분량의 ‘변화를 위한 정부의 약정’을 공개했다. 두 정당은 “유권자가 원하면 유로존 이탈을 허용해야 한다”며, 통화통맹에서 이탈할 수 있게 하는 경제·사법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여기에 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15년 도입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따라 사들인 이탈리아 국채 2500억유로(약 319조원)어치의 탕감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에 회원국들 사이의 의견 대립을 조정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빈곤층과 실업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확대하며, 현재 23~43%인 소득세율을 15% 단일 세율로 통일하고, 연금 지급 연령을 낮추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성운동과, ‘연합’의 주축인 ‘동맹’은 초안이 공개된 뒤 성명을 내어 “초안은 옛 버전으로, 현재 검토 중인 내용과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도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최종 합의안엔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나 그런 우려를 낳을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16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의 금리 차는 1.28%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가장 큰 일일 변동폭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문서 공개 이후 언론인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두 정당의 나이브함을 비판하는 큰 동요가 일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초안에 담긴 주요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집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소득세 단일 세율(15%)을 도입하면 세수가 800억유로나 줄어든다고 했다. 그렇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새 복지 프로그램에는 170억유로, 연금제도 개혁에는 150억유로가 든다고 추산했다. 돈 쓸 데는 느는데 돈 나올 곳은 사라지는 셈이다. <아에프페> 통신은 “두 정당이 주장하는 공약 달성을 위해선 연간 1000억유로가 든다. 이 경우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현재 예상치 1.3%를 훌쩍 뛰어넘는 5.5%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탈리아는 이미 엄청난 국가 부채로 시름하는 나라다. 유로존 국가들은 국내총생산 대비 연간 재정 적자가 3%, 정부 부채가 60%를 넘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안정성장협약을 맺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2%(2조3000억유로)에 달한다. 유로존에서 이탈리아보다 이 비율을 높은 나라는 2009년 재정 위기에 빠졌던 ‘문제아’ 그리스(178%)밖에 없다.

시장의 한숨에도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16분짜리 동영상 메시지에서 “그들이 우리를 모욕할수록, 위협할수록, 협박할수록 나는 이 도전을 해야겠다는 열망을 느낀다. 이탈리아의 존엄, 미래, 사업은 물론 국경까지도 파는 노예보다는 차라리 야만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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