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독일도 1881년 기상 관측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6월 평균 온도는 예년보다 2.4도, 7월은 3.3도나 더 높았다. 독일인들은 살인적인 더위를 시원한 맥주로 이기고 있는 듯하다. 양조업계가 재활용할 빈 병을 구하지 못할 만큼 밀려드는 맥주 수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양조업계는 예상을 웃도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빈 병을 돌려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보훔에 본사를 둔 모리츠 피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여름 휴가를 가기 전 마트에 모리츠 피게 빈 병을 가져다 달라. 당신이 햇볕에 누워있는 동안 우리는 병을 다시 가득 채울 것”이라고 적었다. 전국맥주협회 대변인은 빈 병 부족 사태가 올해 “특별히 두드러진다”고 했다. 독일은 빈 병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병당 0.02~0.25유로(26~327원)씩 돌려받을 수 있다.
독일 기상학자들은 40.3도라는 사상 최고 기온이 조만간 깨질 조짐이라고 내다봤다. 양조업계는 6월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팀이 조별리그에서 충격적으로 탈락한 뒤, 이번 더위를 다행으로 여겨왔다. <디 벨트>는 2010년·2014년 월드컵 기간에 맥주 판매량이 약 4% 증가했지만, 올해는 대표팀이 너무 일찍 경기를 마친 탓인지 올 상반기 양조산업 성장률이 0.6%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지난 6개월간 독일 내 맥주 판매량은 4710만헥토리터(47억1000만ℓ)나 된다.
맥주에 곁들이는 감자튀김 또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비가 오지 않아 감자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 겨우 수확한 감자의 상태도 예년만 못하다. 전국채소재배자연합은 올해 감자 수확량이 위협받고 있으며 “양과 질 모두 작년에 비해 상당히 안 좋은 수준”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맥주의 주 원료인 호프는 올해 수확량이 평균 수준이라고 <비비시>는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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