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대통령 문화·예술협의회에서 랩에 대한 대응 방안 등 문화 정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랩에 대해 “금지할 수 없으면 이를 이끌고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1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대통령 문화·예술협의회에서 랩은 “섹스, 약물, 저항이라는 세 개의 기둥으로 구성돼 있다”며 “특히 랩에 만연해 있는 약물에 대한 언급은 나라를 비하시키는 것이다. 약물에 대한 선전은 욕설보다 나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푸틴 대통령은 “랩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금지하면 역효과가 나타나고 그 인기를 강화할 수 있다”며 “우린 여기서 랩이 너무 엇나가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금지할 수 없으면 이끌고 선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의 언급이 최근 러시아 당국이 유명 래퍼를 체포하고 공연을 금지하는 등 소련 시절의 예술 검열 같은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중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유튜브에서 600만뷰 이상을 기록한 동영상으로 이름난 ‘허스키’(25)란 래퍼는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공연이 취소된 뒤 지난달 21일 즉흥 공연을 하다 체포됐다. 그의 랩은 러시아의 가난, 부패, 경찰의 잔인함을 신랄하게 비판해 큰 인기를 모았다. 검찰은 그의 공연이 ‘너무 극단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체포했다. 그는 체포 직전 수백명의 팬들에 둘러싸여 “나는 내 노래를 부를 것이다. 가장 정직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라고 소리쳤다.
지난달 30일에도 ‘콘 플루드’라는 래퍼가 “경찰의 위협”으로 공연 2개를 취소했고, ‘알지’란 래퍼 역시 동시베리아의 야쿠츠크에서 준비하던 공연을 중단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랩에 대한 당국의 지나친 대응에 일단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된다. <데페아>(DPA) 통신은 “이번 언급이 (랩에 대한 대응에) 또다른 반전이 될지 주목된다”고 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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