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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인터넷에 ‘철의 장막’ 치지 마라”…대규모 항의 집회

등록 2019-03-11 12:02수정 2019-03-11 20:46

10일 모스크바 중심가 집회에 1만5000여명 참석
러 여당 외국과 인터넷 접속 차단 법안 제출
현재 하원 통과 뒤 이달 상원 심의 기다리는 중
전문가들 “중국 같은 검열 시스템 구축 시도하는 듯”
10일 모스크바의 중심가인 사하로프 거리에서 시민들이 모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터넷 차단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10일 모스크바의 중심가인 사하로프 거리에서 시민들이 모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터넷 차단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정부는 인터넷에서 손을 떼라!”

“고립은 싫다. 러시아의 인터넷을 망가뜨리지 말라!”

10일 오후 회색 구름이 낮게 깔린 모스크바 중심가 사하로프 거리에 다양한 깃발을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엔 러시아 국기,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권을 상징하는 비둘기 깃발, ‘사이버 안보’를 내세워 시민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펼침막 등이 들려 있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러시아 인터넷에 ‘철의 장막’을 씌우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계획에 대해 1만5000여명의 러시아 시민들이 모여 반대 집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자신을 드미트리(28)라고 소개한 집회 참가자는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정권은 계속 그들의 길을 갈 것이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비등록 정당인 자유당도 이날 “러시아는 이란이나 북한이 아니다. 우리는 문명세계의 일부다. 정부는 러시아가 서구에 비해 뒤처지도록 모든 짓을 다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냈다.

러시아의 인터넷 자유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들의 공방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의회에 ‘디지털경제 국가 계획’이란 이름이 붙은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러시아 인터넷망에 위협이 가해질 경우 외국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인터넷망의 외국 접속을 차단하는 틀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에 부적절한 정보가 나돌 경우 이를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법안이 하원 심의를 받고 있던 지난달 “러시아 정부가 사이버 공격 대책의 일환으로 일시적으로 국내 망을 해외 인터넷으로부터 차단하는 실험을 4월1일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예측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 법안이 제출되자 야당에선 “러시아 인터넷에 (냉전시대 같은) ‘철의 장막’을 씌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디지털 분야에서도 주권이 강해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법안 통과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12일 하원을 통과한 뒤 이달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 의회를 통과하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된다.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정부에 불리한 정보를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장성 방화벽’ 같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법안이 러시아 내에서 큰 논란을 빚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지난달 14일 이 법안이 “사람들이 국외 인터넷에 접근하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한 뒤 8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이 50~60%대로 급락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인터넷 여론을 푸틴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쏟아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다른 메신저에 비해 보안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텔레그램’의 사용을 금지했고, 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들의 통화 기록과 내용을 일시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법률도 시행에 들어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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