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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국 의회, 브렉시트 합의안 또 퇴짜…짙어진 ‘노딜’ 먹구름

등록 2019-03-13 15:36수정 2019-03-13 19:38

올초 합의안 부결 이어 12일 수정안도 거부
메이 “전적으로 유감…EU와 대화 계획 없어”
13일 ‘노딜’ 표결…부결땐 ‘브렉시트 연기’ 표결
EU “모든 걸 다했다…교착 해소는 영국 손에”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리 퇴진 조기총선 요구
1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운데)가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하원은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에도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런던/신화 연합뉴스
1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운데)가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하원은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에도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런던/신화 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또다시 부결시켰다. 유럽연합은 극도의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며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는 29일로 바짝 다가온 브렉시트 발효 시한을 앞두고 영국이 유럽연합과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의 암운이 한층 짙어졌다.

영국 하원은 12일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42표 대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1월 하원이 메이 정부와 유럽연합이 29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 끝에 마련한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킨 데 이어 두번째 퇴짜를 놓은 것이다.

표결 직후 메이 총리는 “이번 합의안은 최선이자 사실상 유일한 것이었다. 표결 결과는 심하게(profoundly) 유감”이라며 13일 하원에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할 지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특히 ‘노딜 브렉시트’ 투표는 당론을 정하지 않고 집권 보수당 의원들도 자유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투표마저 부결되면 다음날인 14일에는 유럽연합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구할지를 묻는 방안이 의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최대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노딜 브렉시트 표결은) 메이 총리가 나라를 이끌려는 어떠한 가식조차 포기했음을 보여준다”며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총리가 시간을 다 써버렸다”며 “이제는 국민이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총선을 실시해야 할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표결에서도 브렉시트 발효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의 엄격한 국경 통제를 한동안 유예하는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둘러싼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백스톱 조항이 영국의 주권을 제약한다며 반발해왔다.

앞서 표결 전날인 11일 메이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만나, ‘백스톱’이 한없이 적용되지 않을 것임을 법적 문서로 보장하고 그 시행도 영국이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보완책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융커 위원장은 “세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브렉시트 강경파가 요구해온 핵심이 반영됐지만, 영국 하원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영국이 백스톱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 조건과 ‘합법적 수단’까지 구체적으로 합의되진 않아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더라도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당분간은 유럽 관세동맹에 남는다는 합의와 관련해 그 기간이 명료하지 않은 것도 수정 합의안 부결의 구실이 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30개월이 넘도록 진통을 겪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30개월이 넘도록 진통을 겪고 있다.

13일 표결과 관련해선 현재 최소 2개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고 <유로뉴스>가 12일 보도했다.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집권 보수당 쪽에선 브렉시트 발효를 오는 5월22일까지 미루고 통상협정 등의 전환기간을 고려한 유예기한인 2021년 12월까지는 영국이 일정 정도의 유럽연합 분담금을 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브렉시트에 회의적인 야당 쪽이 제출한 수정 안건은 ‘노딜 브렉시트의 완벽한 배제’를 못박아, 사실상 브렉시트 연기 또는 제2차 국민투표 실시에 무게를 실었다.

유럽연합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영국 하원의 합의안 부결 직후 트위터에 “유럽연합은 (영국 쪽의) 합의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며 더 이상의 협상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이제 교착 상태는 영국 안에서만 풀릴 수 있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도 “영국이 시민의 안녕과 경제를 놓고 경솔하게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불행히도, 이제 독일은 가능한 모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밖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표결이 부결된 뒤 메이 총리는 당장은 유럽연합과 추가 대화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 정부의 일부 장관들은 브렉시트 발효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데다 다음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까닭에 아직은 추가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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