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비상착륙한 뒤 불길에 휩싸여 있는 러시아 국내항공사 에어로플로트 항공의 비행기.
러시아 국내선을 운항하던 소형 여객기가 이륙 직후 낙뢰로 인한 기기 이상으로 비상착륙했지만 기체에 불이 나 41명이 숨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러시아 아에로플로트항공의 ‘수호이 슈퍼제트-100’은 5일 오후 6시2분(현지시각) 모스크바 북서부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을 이륙해 핀란드와 면한 북부 도시 무스만스크로 향할 예정이었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 재난 당국을 인용해 사고 원인이 “기체에 떨어진 번개”라며 “그 후 전자장치가 고장났다”고 전했다.
비행기는 이륙 28분 만에 공항으로 되돌아와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지면에 내려앉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직후 엔진 부근에서 큰 불이 났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비행기가 (너무 빠른 속도 탓에) 첫번째 착륙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착륙 기어가 지상과 충돌하며 부서졌고, 그 파편이 엔진으로 날아들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이 전한 사고 영상을 보면, 기체 뒷부분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렸고, 이후 승객들이 앞 출구를 통해 비상탈출했다. 승객과 승무원 78명 중 37명(부상자 5명)은 목숨을 건졌지만, 어린이 2명을 포함해 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생존자 미하일 사브첸코는 언론 인터뷰에서 “착륙 이후 활주로에서 불이 났지만 (앞쪽 비상출구를 통해) 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비상착륙에는 보통 90초가 걸리지만 이번엔 55초가 걸렸다”고 지적했다. 한 승무원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고,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이도 <비비시>(BBC) 방송에 “이런 상황에서 생존자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일부 승객들이 수하물 칸의 짐을 내리려고 통로를 막아 뒤편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셰레메티예보 공항은 러시아 최대 국제공항이다. <비비시>는 사고로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기종은 러시아 국영 항공기 제조 업체 수호이가 개발한 최신형 중거리 여객기로 2011년부터 국내선에 투입됐다. 이 기종은 2012년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해 45명이 숨진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다. 사고기는 2017년 8월에 생산됐으며, 지난달 정기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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