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 이웃나라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벨라루스 야권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자신의 심경을 말한 동영상 중 일부. 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뒤 이웃나라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벨라루스 야권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가 “아이들을 위해서” 피신했다고 밝혔다.
티하놉스카야는 11일(현지시각) 유튜브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이들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다소 지친 모습인 그는 “이 선거 운동이 나에게 큰 힘을 줬고 나는 모든 것과 싸울 수 있었다”며 “그러나 나는 아직 이전처럼 약한 여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유명 블로거인 남편이 대선에 나서려다가 체포되자, 대신 대선에 나섰으며 출마 전 정치 경력은 전혀 없다. 가족들 안전을 우려해 대선 전에 아이 둘을 리투아니아에 피신시킨 상태였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전날인 대선 개표를 해보니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80.23%를 득표해 6번째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대선 투표 날이었던 9일부터 벨라루스에서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수도 민스크 등에서 시위를 벌였고, 티하놉스카야도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티하놉스카야는 10일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갔다가 이후 한동안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티하놉스카야는 동영상에서 자신이 리투아니아로 간 것은 “완벽히 독립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했으나, 루카셴코 정권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날 티하놉스카야가 발언하는 또다른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에서 티하놉스카야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했다. “나는 피와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며 “경찰에게 대항하지 말라. 그리고 광장에 가서 위험에 처하지 말라”고 말했다. 대선 다음 날인 10일까지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던 티하놉스카야가 돌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벨라루스 뉴스 웹사이트에 따르면 벨라루스 당국이 티하놉스카야에게 구속된 선거 운동가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벨라루스를 떠나라고 강요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11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경찰이 반정부 시위에 나선 남성을 체포하자 여성이 항의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루카셴코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는 사흘째 계속됐다. 11일 저녁에도 수도 민스크에서 수백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9일과 10일 수천 명씩 민스크와 주요 도시에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벨라루스 인구는 950만명 가량이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9일과 10일 이틀 동안만 5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10일에는 시위대 중 1명이 사망했다. 11일 저녁 시민들은 사망자가 숨을 거둔 장소에 꽃과 흰 리본을 놓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