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라오스 철도 개통식이 열린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룬 시슬리트 라오스 총리가 화상 연결을 통해 개통 행사에 축하를 보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지난 3일, 중국 윈난성 성도 쿤밍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잇는 총연장 1035㎞의 철도가 개통됐다.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중국철로공정총공사가 70%, 라오스국영철도기업(LNRE)이 30%의 지분을 나눈 라오스-중국 철로유한공사가 건설과 운영을 전담한다.
라오스의 산세와 숲은 험난하기로 유명하다. 동남아시아의 광범한 산악을 아우르는 이 밀림에는 평야지대의 국가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살아가는 다양한 소수 종족이 터를 잡고 살았는데, 오래전부터 이들은 ‘조미아’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은 그의 저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2015)에서 동남아시아 산악지대에서 수천년 동안 민족국가의 질서와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미개한 야만족’으로 잘못 묘사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조미아는 “아직 국민국가 안으로 편입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며, 그곳 사람들은 “지난 2천년 동안 노예제와 징병, 과세, 부역, 질병, 전쟁 등 평지의 국가 만들기 과업의 폭정에서 도망친 탈주자와 노예들”의 후예일 뿐이다.
중국은 조미아를 관통하는 철로를 뚫고 남쪽으로의 진출을 꿈꾼다. 이번 중앙선 개통을 출발로 타이(태국)와 말레이시아를 가로질러 싱가포르까지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관통하는 동부선, 미얀마 한복판을 관통하는 서부선 계획까지 완결되면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큰 조각이 완성된다.
중국 주도의 동남아시아 물류 인프라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캄보디아에선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도 철로가 놓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라오스가 철도 개통으로 기존 물류 비용의 40~50%를 절감할 수 있고, 규모 역시 2016년 120만톤에서 2030년 370만톤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오스 정부는 이번 철도 개통으로 수출액이 60% 증가하고, 중국으로부터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유입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자원이 적은 영세 내륙국인 라오스로서 철도 연결은 경제성장의 기회로 간주되고 있다.
동남아 철도 확장 실현하는 중국
라오스에 경제성장 약속했지만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철도 건설 사업의 규모는 라오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전체 비용의 30%를 부담한 라오스 정부로서는 막대한 부채도 감당해야 한다. 지난 8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철도 건설로 라오스 정부가 중국에 진 빚은 15억달러 정도인데, 명목 지디피 200억달러와 외환보유액 11억달러인 최빈국 라오스 입장에선 큰 금액이다. 최근 중국은 부채 일부의 상환을 연기하거나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라오스의 땅을 양도받고 있다.
라오스의 중국 의존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3년부터 최대 투자국이 된 중국이 2020년 6월까지 라오스에 쏟아부은 누적 투자액은 약 100억달러에 이르고, 외국인 직접 투자 총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2022년 라오스 정부가 상환해야 하는 부채 중 55%가 중국에 진 빚이다. 지디피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라오스의 성장동력이 미비하기 때문에 채무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해 있다. 라오스 정부는 법인세를 대폭 할인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경제특구를 12개까지 확대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이 중 50만헥타르에 이르는 4개 특구가 중국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경제특구는 라오스를 더 빠르게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로 편입시킬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노동권 없는 성장 비전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2015년 3월 비엔티안에 위치한 중국 기업 소유의 비료공장에서는 노동자 70여명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파업했다. 이런 일들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4월, 중국 기업 몐양이 운영하는 의류공장에서도 노동자 300명이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파업했다. 한달 뒤 라오스에서 가장 큰 민간기업 노동자들도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대량해고 조처가 이뤄지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올해 10월 말 중국인 소유의 한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던 500여명의 노동자들 역시 임금 체불과 유해물질 노출 등에 항의하다가 일터를 떠났다.
지난 3일 중국 원난성 쿤밍 기차역에서 중국-라오스 철도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한데 이런 저항은 라오스 법률이 정한 강한 규제에 따라 크게 제약받는다. 라오스에서 시위나 사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조직하는 단체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라오스는 결사의 자유나 쟁의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정치범에 대한 반인권적 탄압이 매우 심각하다.
중국 경제에 종속화 더 심해져
천문학적 빚과 주민 고통 남겨
경제특구 개발과 메콩강 유역 개발 과정에서 이뤄진 토지 강제수용은 먼저 살고 있던 그 지역의 많은 주민을 고통에 빠뜨렸다. 2011년 라오스 남부 지역 살라완주에서 토지 수용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가 구속된 주민 25명 중 한명이 2019년 4월 불명의 이유로 다시 체포된 뒤 교도소에서 감전사고로 사망했다. 감옥 안에서 그는 영양실조 등 건강상의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엔티안의 핫사이퐁구에 살던 100여가구의 주민들은 철도 건설로 살던 터전을 강제로 수용당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상받지 못했다. 그나마 정부가 약속한 배상금 1㎡당 11달러도 시세보다 적은 액수라서 불만이 높다.
이런 사정과는 달리 열차는 계속 달릴 것이고, 라오스는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 수렴될 것이다. 그러나 라오스 국민들의 감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탓루앙 경제특구를 운영하는 중국 기업 완펑이 100m짜리 황금 불상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소셜미디어상에선 많은 라오스 시민들이 분노를 드러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무시하는 이런 거대 불상은 라오스의 불교 문화와 맞지 않는다. 세계의 교통망을 연결하겠다는 중국 주도의 경제벨트 구상 ‘일대일로 프로젝트’(육상·해상 실크로드)도 현지인의 삶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 철도가 과연 그곳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낫게 하는 방향으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말뉴스 <s-레터>로 손쉽게 보세요.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15
홍명교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 이야기를 씁니다.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향하자(異牀同夢)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상을 품은 동아시아의 꿈(理想東夢)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