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 본부 앞에 경비원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을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는 5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월례 장관급 회의 뒤 낸 성명에서 “국제 경제 상황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며, 다음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루 200만배럴 감산은 2020년 초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지난 2일 <로이터> 통신은 오펙플러스가 전세계 생산량의 1% 수준인 하루 100만배럴 이상을 감산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200만배럴 감산은 이런 당초 예상치보다도 갑절 정도 많은 수치다.
오펙 플러스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제 석유 수요가 줄자 하루 약 1000만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행했으며 그 이후 2년 동안 기존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 매달 생산량을 하루 40만~65만배럴 정도씩 늘려왔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했고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80달러대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자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가 석유 감산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런 요구에 호응하고 나섰다. 오펙플러스 회의가 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은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화상으로 의견을 모았다.
오펙플러스의 대규모 감산 결정은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에너지값 상승을 부추겨 세계 물가상승세를 부채질 할 우려가 있다. 국제 원유값은 오펙플러스 회의를 앞둔 4일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89달러(3.46%) 오른 배럴당 86.52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원유 선물가는 전날 5% 넘게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 이틀간 8.84%(7.03달러)가 올랐다. 이틀간 상승률로는 지난 4월13일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오펙플러스 산유국들이 이미 목표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대규모 감산이 결정돼도 실제 감산 규모는 그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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