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주민들이 정부 통제 가격으로 밀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뉴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췄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있던 2009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면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2023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전망치 3.0%과 비교해보면 6개월 만에 1.3%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낮춘 2.7%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이 같이 조정한 이유에 대해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긴축 정책과 재정 상황 악화,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심화나 긴축 정책의 강화, 지정학적 긴장감 증가 같은 추가적인 충격이 있을 경우 “세계 경제를 침체에 밀어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 신흥시장, 개발도상국을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지역과 국가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세계은행은 “2023년에는 대부분 선진국, 신흥시장·개발도상국 3분의 2에서, 2024년에는 전체 절반 정도 국가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고 전했다.
미국 전망치는 0.5%로 기존보다 1.9%포인트 낮췄고, 유로존 역시 1.9%포인트 낮춘 0.0%로 제시했다. 일본은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1.0%로 예상했다. 신흥시장·개발도상국의 경우, 지난해 6월 전망치보다 0.8%포인트 내려잡은 3.4% 성장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3%,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개도국 경제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암울한 전망 가운데 세계은행은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더 큰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작은 나라들은 외부 무역과 자금 조달 의존성, 경제 다양성 부족과 함께 부채가 많고 자연재해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며 “글로벌 침체가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긴급 행동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취약한 국가들에 대한 투자는 올해 더디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신흥시장·개발도상국 대상 투자 성장률이 2000∼2021년 평균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정책 입안자들은 올바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세계가 지금 궁지에 몰려 있지만 패배주의의 여지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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