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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선진국 유독 폐기물, 후진국으로…‘죽음의 항해’

등록 2006-11-07 15:23수정 2006-11-08 10:23

프로보코알라호의 독극물 폐기 항해 일지
프로보코알라호의 독극물 폐기 항해 일지
[쓰레기의 국제정치학] 아프리카등 묻어 주민들 희생 잇따라
지난 8월19일 밤,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의 수도 아비장 인근 아쿠에도를 비롯 17곳에 550톤 이상의 유해 폐기물 이 쏟아져 들어왔다. 가솔린, 드럼통을 씻는데 이용된 용수 등의 폐기물이었다. 여기서 방출된 유독성 물질은 어린이 2명을 포함한 10명을 희생시켰고, 8만여명의 주민들을 병원으로 향하게 했다.

이 엄청난 양의 유해 폐기물은 네덜란드 석유공급 회사인 ‘트라피휘라 베헤이르’(Trafigura Beheer)가 전세낸 파나마 깃발의 선박 ‘프로보코알라’가 내려놓았다.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출발한 이 선박은 애초 지난 7월2일 폐기물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내려놓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당국은 이 폐기물에 유독성이 있음을 파악하고 내용물 재분류와 특수 폐기 처리를 요구했다.

암스테르담 항구에서 발이 묶이자 선박은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을 찾았다. 결국 ‘트라피휘라 베헤이르’는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 있는 폐기물 회사 ‘토미’와 처리 계약을 맺었고, 이 회사는 폐기물을 그대로 매립했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서에서 “로테르담의 연구소에 아비장에 버려진 물질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결과 유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연구소 쪽은 폐기물 회사로부터 봉인되지 않은 샘플만 검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네덜란드 언론에 밝혔다.

유독성 폐기물이 아프리카 등 빈곤국으로 향하는 일이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최근 보도했다. 아프리카 서쪽 해안을 내려 오다보면 미국과 유럽 국가 소속의 선박들이 폐 컴퓨터, 폐 의료 기구 등이 가득 찬 컨테이너를 내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대변인 마이클 윌리엄스는 “선박들이 아프리카에 오염된 폐기물을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유엔은 폐기물로 인한 질병이나 사망자 수에 대한 통계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자쓰레기 유입
아시아 전자쓰레기 유입
지난 5월에는 석면 등 유해 폐기물을 실은 프랑스의 항공모함 클레망소호가 인도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과 폐기물 처리 협상을 벌이다 환경운동 단체들의 줄기찬 반발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특히 불안한 정치상황, 폐기물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법률 미비, 관련 법률이 있다 하더라도 만연한 부패 때문에 빈곤국 주민들은 유해 폐기물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2001년 유엔 통계에 따르면 바젤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 가입국들이 보고한 유해 폐기물만 모두 1억톤이 넘는다. 또 국가 간에 이동된 폐기물은 1993년 200만톤에서 2001년 850만톤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린피스가 2005년 유럽의 18개 항구를 조사한 결과 이 곳에서 수출하려고 대기 중인 폐기물 중 47%가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고 개발도상국의 소식을 주로 전하는 통신사 <인터프레스서비스(IPS)> 가 보도했다.

1987~1988년, 이탈리아 유해 폐기물 4000여톤이 나이지리아의 코코 항에 반입 되는 등 선진국과 후진국 간 폐기물 거래가 문제가 되자 국제사회는 이를 막으려고 1989년 바젤협약 을 채택한다.


이 협약에 따라 유해 폐기물을 수출하려는 국가는 반드시 수입국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코트디부아르에 쏟아진 폐기물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는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만약, 불법으로 유해 폐기물이 수출되면 해당 국가는 이를 다시 회수해야 하며 폐기물로 인한 피해와 정화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바젤협약이 좀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유독성 물질이 나올 수 있는 선박잔해와 전자제품이 재활용을 명목으로 빈곤국으로 유입돼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1995년 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경제협력개발기구 비가입국)으로 유해 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미국, 캐나다 등의 반발과 가입국들의 낮은 비준율로 인해 아직 발효되지 못한 상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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