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 ·헤지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의 시각차
EU·미 엔화 대한 견해차 커
미 의회·차업계 ‘대책촉구’
헤지펀드 투명성도 격론예상
미 의회·차업계 ‘대책촉구’
헤지펀드 투명성도 격론예상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이틀 동안의 일정으로 9일 독일 에센에서 시작됐다.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대표들은 회원국 자격으로 참가했고, 신흥 경제강국인 중국과 브라질, 인도, 러시아와 멕시코, 남아공 재무장관들도 초대됐다.
이 회의에선 헤지펀드의 투명성 확보 대책을 포함해, 외환·에너지·교육 문제 등이 주요하게 다뤄진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이날 전했다.
가장 민감한 주제는 엔 약세 문제다. 엔화는 지난해 이후 유로화 대비 17% 이상 떨어졌고, 달러화에 대해서도 4년 만의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은 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이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의 엔화 가치가 일본 정부의 조작 결과라는 증거가 없다면서 소극적이다. 이런 견해차 때문에 표면적으로 엔화 문제는 주요 의제 이름에서 빠졌다. 엔화를 특정하지 않고 외환 전반을 다룬 뒤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해 토마스 미로 독일 재무차관은 “모든 통화가 대상이지만 이 가운데 엔화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장 밖에서는 엔 약세를 다뤄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엔 약세에 대한 행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타하고 나섰다. 샌더 레빈 하원의원(민주)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일본이 엔 약세 정책을 계속 펼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엔 약세를 다루기 위한) 청문회 개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환율조작국 지정을 좀더 쉽게 하는 법안의 의회 통과에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바니 프랭크 하원 재무위원장(민주)은 백악관이 엔 약세 대책에 계속 소극적일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신속처리권 연장 문제와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술 더 떴다. 미·유럽의 자동차업계도 엔 약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자동차 로비단체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는 “엔 약세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미·유럽 경쟁사에 비해 15~20%의 가격 경쟁력을 누리고 있다”며 “불공정 해소”를 촉구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의 베른트 고트살크 회장도 “엔 약세 현상이 갈수록 보이지 않는 가격과 비용 경쟁력으로 작용하면서,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브랜드와 질 경쟁력만으로 맞서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요의제인 헤지펀드의 투명성 확보 대책에서도 독일과 미국·영국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는 사모 방식으로 모집한 소수 투자자의 자본금을 주식, 채권, 통화 등에 투자하는데, 운영실태를 비공개로 하고 규제도 거의 받지 않는다. 독일은 거래 등록제와 같이 통제 강화책을 원하지만, 미국은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은행이 주체가 되어 헤지펀드를 감시하는 형태의 시장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견해다. 헤지펀드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10배 가까운 1조4천억달러로 늘었다.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은 “거대 헤지펀드가 파산할 경우 연쇄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각국 정부들은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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