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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엔 약세에 ‘속타는’ 유럽·‘뒷짐진’ 미국

등록 2007-01-30 18:30수정 2007-01-30 19:49

일본의 대 EU 무역흑자 및 엔의 대유로 환율
일본의 대 EU 무역흑자 및 엔의 대유로 환율
유로권 “다음달 G7서 논의”
엔약세 행진 당분간 이어질 듯
럽연합이 지속적인 엔화가치 하락에 경고음을 발신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연합·미국과의 금리차가 큰 데다, 미국이 엔저를 용인하는 자세여서 엔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 겸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유로권 재무장관회담을 주관한 뒤 “지난해 엔의 대유로 가치가 10%나 떨어졌다”며 “유로권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 회복세가 엔 환율에 반영돼야 한다”면서 다음달 9~10일 독일에서 열리는 G7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엔은 지난해부터 유로 대비 계속 하락해오다 24일 유로당 158엔62로 유로화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은 엔의 초약세로 수출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대 유럽연합 흑자액은 지난해 24.1% 늘어난 3조9470억엔을 기록했다. 유럽연합은 일본 중앙은행이 이달 초 정책금리(현 0.25%)를 올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동결시킨 데 대해 엔저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엔저 행진이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

우선 미국이 엔저를 용인하고 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29일 팀 애덤스 재무차관이 지난주 “(일본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 일본이 신중한 통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음을 상기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엔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자국 자동차 회사들의 요구에 대해 “일본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묵살했다. 지난 3년 동안 엔은 달러화 대비 13% 이상 떨어졌다. 29일에는 한때 달러당 122.19엔으로 하락하면서 지난 4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현재 일본은 유럽연합과 3.25%, 미국과 5%의 금리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계소비가 전년 대비 1.9%나 떨어지고 실업률도 4.1%로 올랐다는 경제지표는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경기 호조를 보이고 있는 유럽연합은 3월 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미-일의 금리 격차가 4%까지 좁혀져야 엔화가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용승 한국은행 국제동향팀장은 “일본의 금리 인상이 불투명하고, 설령 올린다 해도 금리차가 크기 때문에 엔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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