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중개인들이 20일 웃음을 짓고 있다. 월가에선 이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경기 부양’ 발언에 힘입어 다우존스 지수가 400 이상 오르고 신용시장이 회복될 징후를 보이면서 낙관적 분위기가 넘쳤다. 뉴욕/AP 연합
리보금리 연일 하락…증시쪽에도 돈 돌아와
버냉키 “몇분기 둔화 가능성” 경기부양 지지
버냉키 “몇분기 둔화 가능성” 경기부양 지지
세계 각국이 쏟아부은 거액의 구제금융 약효가 국제 신용경색을 완화시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1일(현지시각) 단기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만기 3개월 이내의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매입하는데 최대 54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머니마켓투자펀드기구라는 특별기구를 통해 기업어음과 양도성예금증서를 매입해 기업의 자금사정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런 극히 드문 조처를 위해 연준은 이날 특별권한을 발동했다.
이미 국제사회가 내놓은 구제금융의 총액이 독일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가는 3조3천억달러에 달한 가운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위기가 조금씩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뉴스> 등은 20일, 3개월 리보금리(런던은행간 대출 이자율)가 지난 17일에 비해 0.36%포인트 떨어진 4.06%를 기록해 지난 1월 말 이후 하루 기준 최대 폭의 하락을 보이며 신용경색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고 전했다. 21일에는 0.23%포인트 더 떨어진 3.83%로 하락했다. 단기 리보금리는 21일 4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정책금리인 1.5%보다 더 낮은 1.28%를 기록했다.
3개월물 미 국채 수익률은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3개월 리보금리와의 격차도 1주일 전 4.36%포인트에서 21일 2.83%포인트로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신용 여건이 개선되면서 현금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에 몰렸던 자금이 증시와 위험부담이 있는 투자상품 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1조5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기업어음(CP) 시장에서도 하루짜리 무보증 기업어음 금리가 지난 17일 1% 밑으로 내려갔으며, 30년 무보증 기업어음도 평균 금리가 1.43%까지 내렸다고 연준은 20일 집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준의 기준금리와 3개월 리보금리가 ‘역사적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여전히 일부 은행들이 현금을 확보하면서 위기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 뮬러는 <로이터>에 “아직은 은행들도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시장이 신용 공급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서는 내년 미국 경제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 속에 의회가 마련 중인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힘을 얻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20일 “경제가 몇 분기 동안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경기하강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의회가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고려하는 것은 적절한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을 공식 지지했다. 그만큼 미국 경제 전망이 심각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백악관은 제2의 경기부양책이란 아이디어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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